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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용한 스타트업 전문가, 사문서위조 유죄 판결

천재원 전 부산스마트도시 MP, 대학졸업장 위조 … 수사중 도피성 출국

등록 : 2021-02-16 11:40:03

정부가 1조원짜리 사업의 기본 계획을 맡겼던 유명 스타트업 육성 전문가가 대학 졸업장을 위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6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천재원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천재원 씨가 2018년 7월 부산스마트시티 개발 계획에 대해 공개 설명하는 모습. 사진 국토교통부 블로그


천씨는 2018년 4월 부산에코델타시티(부산스마트시티) 총괄기획자인 마스터플래너(MP)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마트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세종과 부산을 우선 시범 도시로 조성키로 하고, 세종에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부산에는 천씨를 각각 MP로 임명했다.

하지만 천씨는 4개월 만에 '개인적인 일'로 부산스마트도시 MP를 사임했다. 당시 스마트도시 개발을 놓고 천씨와 정부가 대립하다가 천씨가 중도 사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사임 시기는 천씨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면서 경찰이 수사를 착수한 때와 겹친다.

◆유명세 힘입어 고위직까지 = 천씨는 2016년 한 언론사 포럼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영국에서 스타트업기업을 육성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천씨는 "서울에 핀테크 아시아허브를 구축하고 한국은 물론 아시아지역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생태계를 조성해 유럽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연설을 했다.

천씨는 영국의 한 금융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스타트업 육성 센터에 자신이 키운 기업들이 입주했다고 소개했다. '4차산업'에 관심이 집중된 터라 천씨와 같은 민간 전문가는 몸값이 치솟을 때다.

당시 유럽의 금융허브인 영국은 핀테크 분야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을 때였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미국 중심의 스타트업이 아닌 유럽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천씨는 희소성을 가졌다.

천씨는 이후 정부 부처와 금융권, 공공기관, 언론사, 대학이 여는 포럼이나 세미나에 단골 연사로 등장했다. 서울대도 천씨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기업들은 자문역으로 모셔가기 경쟁을 벌일 정도였다.

4차산업위원회와 국토부는 민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천씨를 1조원 규모의 부산스마트시티 사업의 MP로 임명하고 2022년까지 총괄 기획을 맡겼다.

부산스마트시티는 부산 강서구 일대 219만㎡에 달하는 면적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최첨단 시설을 집약해 조성키로 한 신도시 사업이다. 에너지 절감 시설과 드론 전용 지역, 통합 재해 관리 시스템이 적용된 지능형 도시로 아파트 등 3380가구의 주택도 공급될 예정이다.

천씨는 MP로 임명된 이후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 위주의 개발이 아닌, 철저히 사람이 주축이 돼야 한다"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결합해 거주민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톡으로 보낸 졸업장 = 천씨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린 것은 MP로 임명된 지 한달도 안 된 시점이다.

천씨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국토부의 한 산하기관에서 보수 책정을 위해 천씨에게 학력증명서를 요구했다. 공공기관 등은 자문료 등을 지급할 때 학력이나 경력을 토대로 차등 지급하고 있다. 천씨는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장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해당 기관 담당 직원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하지만 해당 기관 임직원들은 이 졸업장을 의심했다. 천씨의 행동과 말에 의심을 품던 차에 경찰이 천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천씨는 그동안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경영대학)에서 경제학과 재무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주장해 왔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 스쿨은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꼽히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대학 학부 출신이다. 내일신문이 입수한 천씨 영문 이력서에는 'BS in Economics, Wharton School, University of Pennsylvania'라며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졸업했다는 내용이 있다.

실제 천씨가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졸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천씨가 졸업장을 위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당시 국내에 있는 와튼 스쿨 졸업생을 직접 면담한 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도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중 출국, 궐석 재판 진행 = 수사중 천씨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국했고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은 천씨가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고 보고, 인터폴 등에 국제공조수사까지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문서를 위조해 행사까지 했지만 천씨의 해외 도피로 인해 나머지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5월 천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약식기소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이 약식기소하더라도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하지만 천씨는 끝내 귀국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예외도 있다. 소송촉진 등에 따른 특례법 23조에 따르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10년 이상 징역형 등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인 경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 소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부터 매달 한차례 이상 기일을 열고 천씨 재판을 열었다. 그러나 천씨에게 소송서류가 송달되지 않았고 검찰도 천씨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천씨가 선임한 변호사도 공판이 진행중인 지난해 8월 사임했다.

결국 5일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하고 1심을 마무리 했다. 검찰로서는 약식기소한 벌금형을 재판부가 받아줬고, 피고인은 연락 두절인 상태라 이 판결은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내일신문은 4차산업위원회와 국토부에 천씨를 부산스마트시티 MP로 선임할 당시 학력을 확인했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당시 담당자를 찾아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천씨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천씨는 미국에서 '월드 스마트시티 포럼'이라는 조직 대표로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Master Planner @National Smart City South Korea'(대한민국 스마트시티 마스터 플래너)로 5개월간 활동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천씨가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문서위조와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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