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 일임 “직무 최선”

후유증은 이어질 듯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임명 두 달도 안 돼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셈이다. 하지만 신 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인한 파장이 컸던 만큼 당분간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신 민정수석이 오늘 아침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했다”며 “직무를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의 신 수석의 사의를 만류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문 대통령의 최종 결정은 남아 있는 상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이 있었고 반려했고, 그 이후 진행된 사항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취를 결정하는 시간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참모가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신 수석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여러 차례 사퇴의사를 밝혔고, 문 대통령은 만류했다. 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 수석은 18일부터 휴가를 내고 자신의 거취를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당초 신 수석의 사퇴 의지가 워낙 완강해 휴가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신 수석은 지인들에게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는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 수석이 사퇴의사를 접은 것은 자신이 끝내 물러날 경우 문 대통령이 안게 될 부담과 국정운영의 차질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참여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사정비서관으로 함께 근무한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검찰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아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신 수석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고 문재인정부 들어선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최측근 핵심참모가 민정수석에 임명된 지 2달도 안돼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해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된 셈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다시 재점화될 것으로 우려됐던 법무부와 검찰간, 청와대와 검찰간 갈등도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개혁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송구하다”면서 “이제는 국민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 업으리라 기대한다”고 했었다.

신 수석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티타임에 이어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휴가 기간 중에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 협의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 수석의 복귀 이후에도 후유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 수석의 사퇴 논란이 불거지며 법무부와의 갈등이 공개되고 대통령과도 대립하는 것으로 비쳐진 마당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이 갈등이 알려지고 문 대통령의 만류에도 사퇴를 고집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이미 상처를 입혔다”며 “신 수석이 복귀해도 민정수석실이 예전처럼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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