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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지지층' 맞춘 눈높이 '원팀' 분열 가능성 키운다

여당, 대선 구도 윤곽 '편가르기' 우려

야권, '기득권' 고집 단일화 피로 누적

등록 : 2021-02-23 11:10:13

'분열하면 진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구'로 떠올린 문구다. 여권은 대선경선을 염두에 둔 내부 움직임에, 야권은 목전에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와 관련돼 있다. 경선 국면에 지지층에 맞춘 정치적 눈높이가 응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해결책 또한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중의 노래 부르는 이재명-심상정 | 19일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합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당원이 아니라 적이 되어가는 모습" = 민주당은 차기 대선구도를 두고 내부 논쟁이 한창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나서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다. 기본소득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등 여권 유력인사들이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재정상황이나 보편적 효과 등을 따져야 한다는 논리로 이 지사 논거를 협공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 언론인터뷰를 통해 "저의 주장을 왜곡해서 허수아비를 만든 다음 거기에 사격하는 '허수아비 전법'이 너무 심하고 답답해 보인다"고 했다.

유력 주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지지층의 상호 공격으로 이어진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최근 SNS에 "각종 커뮤니티에서 주고받는 당원간 언어들에서 불편함이 커져가고 있다"면서 "단순한 불편을 넘어 말들에 날이 서고 급기야는 당원동지가 아니라 적이 되어가는 모습"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지하는 대선후보에 대한 충성심과 결집력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라며 "벌써부터 이 정도면 대선후보 경선시간표가 작동하고 본격화되면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지 속이 탄다"고 적었다.

성북구 노후 주거 현장 방문한 안철수 대표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을 방문해 노후 주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비문 낙인찍기' 경선판 변수 여전 = 박 위원장의 우려대로 민주당 안에서 '비문-친문' 논쟁은 약화됐다고 하나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론에 대한 당내 비판적 견해를 '비문에 대한 핀문의 공세'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이어진다. 민주당은 당원과 국민여론을 반영해 대선후보를 뽑게 된다. 권리당원의 수가 80만명에 달해 국민여론과 수렴한다고 해도 특정지지층의 여론몰이가 경선 분위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유력인사들이 일부 강경주장을 펴는 당원들을 제지하기보다 '당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이 지사를 비판한 김경수 지사도 "정책 논쟁을 친문·반문 잣대로만 보는 것은 정치를 외면받게 만드는 해악"이라고 염려했다. 당 일각에선 대선경선 일정 연기 주장도 공공연히 나온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다음 대선은 후보보다 당이 중심이 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쪽에선 '도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요구다.

민주당 안에서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5월 원내대표· 당 대표 경선 일정 등에서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당 안에 반문은 없다'며 원팀정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출직을 향한 경선에선 지지층 눈높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늘어지는 단일화, 응집력 약화 = 대선 패배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하고 있는 야권도 예외는 아니다. 4월 보궐선거로 정국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단일화 응집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 후보간 단일화가 절대적 과제로 받아들이지만 세력간 협상이 늘어지고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 문재인·민주당' 전선을 외치지만 단일화 피로감에 감동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초반 야권 중심의 보궐선거 구도 우위를 여권에 넘겨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 단일화를 해도 기존 지지층이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응집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권 주자들은 '상대의 양보'에만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야당 후보를 찍어주겠다는 여론은 50%를 넘나들지만, 지금의 야당은 그것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감동적이어야 하고, 혁신 경쟁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했지만 본인이 어떤 초석을 쌓을 것인가는 미지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언론 기고문에서 "역대 가장 성공적 단일화는 2002년 대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사이의 단일화 였다"면서 "노 후보는 선거 승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단일화는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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