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이동현 의원, 조례 대표발의

비정규직 사서 "방학 포함 연중 열어야"

교사단체 "학교 자율성 무시, 철회해야"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자료를 고루 갖춘 곳이다. 학부모들 대다수도 개방에 찬성하는 만큼 방학 때도 반드시 열어야 한다."(비정규직 사서모임)

"방학에는 학교를 최소한으로 운영하면서 해야할 많은 일들이 있다. 도서관 상시개방은 학교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조례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사서교사 단체)

서울시내 학교도서관을 방학 때도 개방하자는 조례를 두고 서울시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비정규직 사서들은 개방을, 사서교사 등 교사단체들은 개방 반대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직종 간 이해관계까지 겹치면서 자칫 도서관 활성화 논란이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학교도서관 운영 및 독서교육 진흥 조례안 제정 토론회'에서 사서교사들과 비정규직 사서단체는 찬반 양론으로 확연히 갈렸다. 사서교사들은 방학중 도서관 개방을 강제하는 해당 조례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정규직 사서단체는 방학 중 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개방에 반대하는 사서교사들은 상시개방 조례가 학교 현장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학 중 학교 도서관은 서가이동, 장서점검, 수업준비 등 해야할 일이 많고 특히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각종 교사연수와 회의가 방학 때 열리기 때문에 개방이 어렵다고 했다.

또 학교도서관 상시개방을 교육감이 정하도록 한 조례 내용을 문제삼아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회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교사노조, 전국사서교사노조 등 6개 단체는 지난 9일 해당 조례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사서들은 타 지역 사례를 들며 서울의 학교도서관이 유독 방학 때 닫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사서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강원·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은 사서들이 상시 근무 직종으로 분류돼있다. 학교도서관을 연중 개방한다는 뜻이다. 사서들은 "서울은 방학 중에 학교도서관을 운영하지 않거나 운영해도 사서나 사서교사 등 전문인력 없이 도서만 열람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양질의 독서교육이 가능하며 안전하고 가까운 학교도서관을 연중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대립 이면에는 직종 간 이해관계가 담겨있다. 서울시내 초중고 도서관은 1294개이며 이중 정식 교사 신분인 사서교사를 채용한 곳은 약 300여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1000여곳은 비정규직 사서들이 업무를 담당한다. 정식 교사들과 달리 사서들은 방학 중 학교도서관을 열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한다. 최근 방학 중(여름·겨울·봄방학 포함) 30일 근무가 인정되면서 일부 상향되긴 했지만 연간 최대 2개월 반을 무임금 상태로 보내야 했다.

이 때문에 문제 핵심은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단체 추산에 따르면 방학중 학교도서관을 상시개방할 경우 지금보다 연간 약 51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사서교사나 사서가 없는 곳의 인원까지 충원할 경우 약 44억원이 더 들어간다.

교사끼리 갈등을 넘어 학교도서관 운영의 후진적 행태가 근본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당국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사서나 사서교사 등 전문인력을 1명도 배치하지 않은 학교가 서울에만 130개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서단체 집계에 따르면 전국 학교 60% 이상이 학교도서관에 전문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해당 조례를 발의한 이동현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성동1)은 "학교도서관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체계적인 독서교육도 가능한 곳"이라며 "숙의과정을 거쳐 찬반 입장을 경청하되 학생들 독서권 확대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 학교도서관 상시개방 조례를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송현경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