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력 시험 본격화 … 경찰대 출신에 "다양성 부족" 지적도

지난달부터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수사본부장) 인선을 위해 외부공모 절차를 진행했던 경찰청이 결국 내부인사를 선택했다. 내부인사 단수 추천을 놓고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찰이 국수본의 독립성을 강조해 경찰 내부에서조차 수사본부장에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청은 22일 초대 수사본부장(치안정감)에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치안감·사진)을 단수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경찰의 핵심 조직이지만, 출범한 지 50일이 넘도록 본부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남 청장이 수사본부장에 정식 임명되면 경찰이 주어진 권한에 걸맞게 책임감 있는 수사를 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찰청은 "수사본부장은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뿐만 아니라 3만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과 함께 18개 시·도경찰청장을 총괄 지휘하는 등 책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며 "경찰청장은 개정 경찰법의 취지, 위원회의 의견 등을 종합해 경찰의 책임 수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 검토해 내부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장은 행안부 장관과 총리 결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다. 경찰이 그동안 청와대 등과 인선을 조율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중 임용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남 치안감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마산중앙고, 경찰대(5기)를 졸업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있으며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를 지휘한 수사통으로 알려져 있다. 남 치안감은 2018년 8월부터 1년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다.

국수본은 경찰법 개정에 따라 기존 경찰 사무가 국가·자치·수사 경찰로 나뉨에 따라 올해 1월 1일 출범한 조직으로 경찰 수사를 총괄한다.

경찰청은 지난달 1일 '경력 경쟁 채용 시험 계획'을 공고했다. 서류 접수 결과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 이정렬 전 부장판사 등 5명이 지원했다. 청와대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장 외부공모 절차와 별개로 현직 치안감을 대상으로도 인사검증 동의를 받았다.

경찰 안팎에서는 청장 인선을 제외하면 경찰간부 인사에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쏠린 것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수본은 경찰청장 산하 조직이지만 청장의 일상적 지휘에서 벗어나 있다. 경찰법에 따라 청장은 원칙적으로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또는 공공의 안전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의 수사에 한해서만 수사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은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수본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김창룡 청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지휘·지시하지 못한다는 법의 정신이 오롯이 구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 청장이 최종 임명되면 경찰의 '빅3' 격인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국수본부장이 모두 경찰대 출신으로 채워진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 조직의 다양성을 살리지 못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청장은 경찰대 4기, 장하연 서울경찰청장과 남 청장은 경찰대 5기다.

한편 경찰은 올해를 '책임 수사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을 부실 수사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 차관 사건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국수본 체제에서도 '정인이 사건'이나 이 차관 사건과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 검찰의 견제에서 벗어난 경찰의 수사 역량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의심이 확산될 수 있다.

장세풍 구본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