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아동·다문화 가정 공부방도 운영

22일 오전 11시 한적한 골목 안 급식소 주방은 분주했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따라 두 달 만에 급식이 재개되자 나눔의 둥지(둥지)의 활기도 되살아났다.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주택단지에 있는 둥지는 권주화·주영 형제가 운영하는 독거노인·장애인·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다.
희망급식소와 희망공부방을 운영하는 나눔의둥지 권주화(좌) 권주영 형제. 사진 박광철 기자


무료 급식은 동생 권주영씨가 먼저 시작했다. 봉사를 하다 '중독돼' 자신이 직접 급식소를 차렸다. 혼자 외롭게 사는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자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동네 주민들이 일손을 보탰고 처음엔 지켜만 봤던 형이 미국에서 귀국해 힘을 모았다. 그렇게 둥지는 커졌다.

동생 권주영씨는 회장으로 형 권주화씨는 부회장으로 역할을 나눠 둥지를 2004년부터 지켜왔다. 권주화 씨는 "청춘을 이곳에서 다 보냈다"고 말한다.

둥지가 있는 은평구는 전형적인 주거 중심 지역으로 대기업이나 큰 공장이 없다. 그래서 개인 후원이 주를 이룬다. 노인 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홀로 사는 할머니들에게 점심을 드리다 보니 소문이 퍼져 장애인들과 노숙인도 이곳을 찾게 됐다. 함께 꾸려가는 무료 공부방도 주변 지역 상황을 고려해 시작됐다. 주말에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재능 기부로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과 다문화 가정의 교육도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둥지는 어디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봉사시설도 도움 없이 스스로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무보수 자원봉사자와 회원 회비, 후원으로만 운영한다. 다만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줄어드는 추세 때문에 배식과 급식을 배달하는 인력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은평구청과 서울시 지원을 받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후원도 줄고 자원봉사자도 줄어 운영이 쉽지 않지만 맛있게 식사를 하는 분들을 보면 뿌듯하다는 권주영씨는 "배식을 돕고, 식사를 배달하는 어르신들이 지자체 지원을 통해 적지만 용돈을 벌고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근무가 없는 날이라 배식을 돕기 위해 왔다는 한 경찰관은 "아무 사심 없는 형제를 보고 매료됐다. 퇴직하고도 계속 다니고 싶은 곳이라 이곳에 오면 힘이 더 난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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