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인격권 침해' 팽팽히 맞서

취업사이트에 전 직장 평가했다가 피소돼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25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07조 1항 등의 위헌 여부에 대해 선고한다.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위헌이라는 의견과 인격권 침해라는 합헌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헌재 결론이 주목된다.

◆택시비 안낸 승객 영상 공개 논란 = 최근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주한 한 승객 영상이 공개되면서 명예훼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승객은 내릴 때가 되자 돈을 가져온다며 택시 기사와 상당 시간 실랑이를 벌이다가 잔고가 없는 카드 한 장을 주고 사라졌다.

택시 기사 아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2만원도 안되는 돈을 아끼려고 계속 말을 바꾸며 거짓말하고 전화도 꺼놓거나 안 받는다"며 승객의 얼굴과 휴대전화 번호 일부를 공개했다. 온라인 상에선 "돈을 안내고 도망간 건 사기"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얼굴과 전화번호를 공개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해현 변호사(법무법인 유일)는 "승객에게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영상을 올린 측도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 비판해 명예훼손 고소 =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모 사이트에 전 직장에 대한 의견 글을 남겼다가 고소된 사례도 최근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전 직장 대표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썼다가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당했다.

A씨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회사에 입사하려는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객관적인 평가를 올렸는데, 형사고소가 돼서 황당하다"며 "이런 식이면 취업사이트에 어떤 댓글도 달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형사처벌이 무서워진 A씨는 해당 회사에 합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합의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한다. 형법 제310조에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돼 있지만, 이는 수사단계에서 적극 검토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열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손지원 변호사(사단법인 오픈넷)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는 기소·불기소 혹은 유죄·무죄 판단에 이르러서야 고려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익목적 폭로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고소 남발을 막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명예훼손 민사구제 쉽지 않다"는 지적도 =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기가 어려워 형사처벌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서울에서 활동중인 한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적절한 배상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악용되는 사례도 많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도 많다"며 "형사고소를 통해 합의금을 받아 피해 회복을 하는 경우가 보통인데 민사 절차를 통해서는 소송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절한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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