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정보공개청구 나서 … 여당 의원은 소극적

대부분 공소시효 지나 검찰고발·처벌 어려워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문건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권 내에서는 진상규명 기대와 함께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등 진보정부 집권시절의 자료도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 정보공개를 청구해 개인에게 사찰내용이 전달됐을 경우 국정원에서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과 비리 정보까지 확인, 보관하고 외부에 공개될 가능성이 열리는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관련 회견하는 국민의힘 |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하태경(오른쪽), 조태용 의원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정원 불법사찰의 정보공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5일 정보공개청구에 나선 정의당 소속 정진후 전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과거 정부의 불법 사찰에 대해 확인해야 앞으로 국가정보원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게 된다"면서 "내용보다는 이런 경고나 차단의 의미가 크다"고 했다.

정의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대규모 불법사찰과 관련해 고 노회찬 의원과 배진교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이 확인됐다"며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심상정 의원과 박원석 전 의원, 정진후 전 의원이 의정활동 등 기록 일체에 대한 정보공개를 국정원에 청구했다"고 했다.

◆진보정부 불법사찰은 없었을까 =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진보정부의 불법사찰이 확실히 없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국정원 서버에 저장된 20만건 정도의 '비정상적 신상정보 수집문건' 외에도 국정원 내부에 더 많은 자료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여당 등 진보진영에서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시절의 불법사찰에 주목하고 있지만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절의 불법사찰이 전무한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정보위원회에서 "자료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하태경 정보위 야당 간사는 "(국정원장이) 18대 의원 두 사람 문건을 확인했는데 거기에 박정희정권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정보가 기재돼 있더라. DJ(김대중), 노무현때 내용도 있더라 하는 것을 (박지원 국정원장으로부터) 확인했다"며 "새로 확인된 DJ·노무현정부에서 기재된 정보가 직무범위 일탈이냐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보수진영 인사들이 진보진영 인사와 같이 정보공개청구에 나서면서 특정 정부의 사찰정보만을 요구할 경우 진보정부에서의 불법 사찰정보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내 사찰정보가 알려진다고? = 여당 지도부 차원에서 정보공개청구쪽에 초점을 두고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여당 중진 의원들은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인 사찰뿐만 아니라 극히 개인적인 내용들도 대거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당 모 중진의원은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불법 사찰이 있었다는 것을 전체적으로 확인했으면 됐지, 내용까지 굳이 확인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 내용은 확인된 정보도 아닌데다 민감한 사생활이 포함돼 있을 수 있어 이를 빼고 공개하더라도 세간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흐를 수도 있고 불가피하게 국정원이 그 자료 내용을 보고 알게 될 위험도 있다"고도 했다. 다른 복수의 여당 중진의원 역시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겠다", "정보공개청구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여당의 또다른 중진 의원은 "불법 사찰이 있었을 것 같아서 내용이 궁금하기는 한데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찰 내용에는 정치적인 부분 외에도 매우 사적인 부분들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도청, 미행 등으로 충분히 의심할 만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국정원이 들여다보고 또 언론에서 궁금해 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일단 불법사찰을 확인하면 그것은 곧바로 폐기가 가능하고 정보공개 요청을 해야 폐기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명박정부때 사찰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고 박근혜정부의 일부만 공소시효가 남았는데 처벌은 어렵지만 폐기를 해놔야 다른 정부에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청구할까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의 정보공개청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보위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요구할 수 있는 자료 역시 상당히 오랫동안 제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정치적 공방'이 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의당의 정보공개청구 자료가 내달 중순쯤에 나온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불법사찰 논란'이 이뤄지겠지만 영향력을 예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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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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