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별로 매일 아침에 '밀봉보고서' 받아 업무에 활용

이명박 시절엔 '인편', 박근혜 시절엔 '우편함' 이용해

"청와대 국정운영에 정보기관 활용한 건 부적절 관행"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과거 이명박·박근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일일 정보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이 매일 아침마다 청와대 수석별로 정보 보고서를 보냈고, 수석들은 이 보고서를 업무에 적극 활용했다는 것.

청와대가 해외정보와 안보업무에 전념해야할 국정원을 국정운영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정원 전직 직원과 이명박·박근혜 청와대 출신인사들의 증언을 교차 확인한 결과 이명박·박근혜 청와대는 국정원으로부터 일일보고를 받아 국정운영에 활용했다. 일일보고는 정무수석과 민정수석, 경제수석 등 대부분 수석을 상대로 이뤄졌다. 논란이 된 불법사찰 내용(특정인의 신상정보)도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에 포함됐다고 국정원 전직 직원은 확인했다.

청와대를 상대로한 국정원 보고는 국정 대부분 분야에 걸쳐 이뤄졌다. 이명박 청와대 출신인사는 "매일 아침 수석에게 보고서가 배달됐고 수석은 보고서를 검토한 뒤 비서관이나 행정관에게 관련내용을 지시하곤 했다"며 "수석은 보고서를 업무에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보안 문제 때문에 수석이 (국정원 보고서를) 회람시킬 때는 필요한 부분만 오려서 건네곤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청와대 출신인사도 "지방관련 정보는 정무수석에, 경제관련 정보는 경제수석에, 일정관련 정보는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내는 식이었다"며 "대통령이 해외순방 나갔을 때와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보고서가 왔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가 국정전반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두 정권이 비슷했지만, 보고 경로는 달랐다고 한다. 이명박 청와대는 국정원 파견직원이 창구로 활용됐다.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국정원에 전달하고, 국정원이 생산한 보고서를 다시 청와대 수석에 전달하는 식이었다. 지시와 보고가 대부분 인편으로 이뤄진 것. 이명박 청와대 출신인사는 "조간신문처럼 수석 사무실로 아침 일찍 (보고서가) 배달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청와대에서는 '우편함'이 이용됐다. 국정원 직원이 매일 아침 청와대 입구에 설치된 '국정원 보고서 전용 우편함'에 밀봉된 보고서를 넣어놓으면 수석실별로 출근길에 찾아가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청와대 출신인사는 "청와대가 국정운영을 하면서 국정원 일일보고를 받는 등 정보기관을 적극 활용한 건 부적절한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해외와 북한정보를 수집해 국가안보를 지키는 곳이다. 청와대가 국정운영에 활용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청와대가 국정원으로부터 국정 전반에 대한 일일 보고를 받고, 한발 더나가 광범위한 사회 유력인사들의 신상정보까지 보고 받았다는 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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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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