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가능성 낮다고 판단한 개인 증가"

파산신청 충청권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

대법원이 주기적으로 집계하는 도산사건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27만997명이 개인회생을, 13만9423명이 개인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내일신문은 대법원의 법원통계연보 중 도산관련 사건에서 개인회생신청과 개인파산신청을 집계해보니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된 지난해(2020년) 개인 파산신청은 전년(2019년)대비 10.28%나 증가했다. 이는 2018~2019년 연간 4.36% 증가의 두배를 넘는 수치다.


채무자회생법상 다양한 도산제도가 있는데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이 대표적이다. 이중 개인회생은 채무자의 채무를 감액 또는 면책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개인파산은 채무자가 갖고 있는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채무를 없애주는 것이다. 회생은 재기, 파산은 새출발로 비유하곤 한다.

◆전국적으로 회생신청 감소 = 개인파산신청이 급증했지만 개인회생신청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개인회생신청은 9만1859건에서 9만2587건으로 0.79%를 늘어나는데 불과했다. 2020년(8만6551건)에는 전년대비 6.52% 줄어들었다.

2020년 개인회생신청 접수는 전년도와 비교해 전국적으로 고르게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권은 2010년보다 1000건 이상 줄었다.


지난해 개인회생신청 접수는 월별로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였으나 6월과 9월, 12월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는 금융권과 기업들이 분기별 결산을 하는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분기결산 시점에 개인들이 채무변제 대신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생신청은 경기권이 1만9171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서울(1만6282건) 대구경북(8178건) 인천(7928건) 대전충남(7341건) 경남(5283)순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은 채무를 동결한 채 각종 부채를 갚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려는 것이다. 개인회생신청이 줄어들면 경제 상황이 좋아진 것으로 해석하기 쉽다. 그런데 이런 경우라면 파산신청도 줄어야한다. 문제는 개인회생신청이 줄면서 개인파산신청이 늘어났다는데 있다.

도산사건을 담당하는 한 법관은 "개인회생신청이 늘지 않는데 개인파산이 늘었다는 것은 좋은 징후가 아니다"라며 "재기를 하는 것보다는 청산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경제사정을 고려해 3~5년 내 자신이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이들이 파산신청으로 직행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어려운 경제사정에서 버티다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서민들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충청·제주 개인파산 급증 = 파산신청은 2018년 4만3402건에서 2019년 4만5642건, 2020년 5만379건으로 늘었고,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회생의 경우 채무자가 자신의 소득중 생계비를 제외한 소액의 채무를 채권자에게 3~5년간 변제하면 나머지 부채를 면책 받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개인파산은 소득이 없는 개인이 거액의 부채를 면책받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파산신청이 증가했다는 것은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들 중 소득이 없는 개인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회생과 파산신청은 지역의 경제규모를 반영한다. 경제활동 인구 등이 많은 곳이 당연히 도산제도 이용도 많다는 이야기다.

가장 많은 파산신청이 접수된 곳은 경기권이다. 수원지방법원(7057건)이 경기남부권, 의정부지방법원(3875건)이 경기북부권에서 파산신청을 접수받았다. 이로써 경기권은 1만932건을 접수받아 서울(1만683건)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 파산신청자는 2019년부터 서울을 앞지르면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개인파산신청은 지난해에만 2만7948건을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 수치다. 19년(2만5342건)에 비해 10.28%나 늘었다. 부산울산경상(부울경)지역이 1만2723명으로 수도권 뒤를 따랐다.

연초부터 코로나19바이러스로 타격을 받은 대구경북권(대구지방법원)의 파산 신청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지역은 2018년(4323건) 2019년 (4371건) 2020년(4353건) 등 매년 4300건을 유지했다. 2020년에는 오히려 2019년보다 파산신청이 줄어 다른 지역과 비교됐다.

전년대비 10% 미만 증가한 곳은 부울경(7.71%)과 호남(4,26%)이다.

개인파산신청이 급증한 곳으로는 충청권과 제주권이 꼽혔다. 충청지역은 대전지방법원이 대전·충남권을, 청주지방법원이 충북권의 파산신청을 접수받는다. 충청권 파산신청은 2018년 3666건에서 2019년 3699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4571건으로 23.57%가 급증했다. 이는 전국 최고의 증가세다.

제주도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충청권과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과 2019년 파산신청은 각각 565건과 582건으로 미미하게 늘었다. 하지만 2020년 715건으로 늘면서 22.85% 증가했다. 20% 이상 개인파산신청이 늘어난 곳은 충청과 제주뿐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안 좋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개인은 물론 법인의 회생·파산 신청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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