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진실 · 화해위에 진상규명 신청

직권조사로 사업전반 전수조사 실시해야

구호 외치는 강제징집ㆍ녹화사업 피해자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녹화ㆍ선도 공작 의문사 사건 및 강제징집 녹화사업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접수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전두환 정권하에서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주도한 ‘녹화·선도사업’으로 군에 강제 징집됐다 의문사한 피해자 유족들이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번 신청에는 의문사 유가족 8명, 피해자 14명을 비롯해 자치단체를 통해 신청한 7명 등 총 29명이 참여했다.

녹화·선도공작 의문사진상규명대책위원회와 강제징집 녹화·선도공 작 피해자 모임은 24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두환정권은 1980년 4월 민주화의 봄을 주도한 학원시위 관계자들을 그 해 9월 입영조치하면서 강제징집을 시작했다.

군사정권은 특히 1984년 11월까 지 강제징집된 대학생들을 프락치로 활용하기 위한 녹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녹화사업은 ‘좌경 사상으로 붉게 물든 학생을 푸르게 순화하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그 과정에서 9명(이진래, 정성희, 이윤성, 김두황, 한영현, 한희철, 김용권, 최우혁 외 1명)이 의문사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6년 7월 기무사 자료를 바탕으로 강제징집자는 1152명이며 녹화사업 대상자는 민간인을 포함해 총 1192 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무사가 명단 일부만 제출했다”고 반발했다. 내일신문이 입수한 ‘특수학적변동자(강제징집) 녹화사업 대상자 명부’에 따르면 녹화사업 대상자는 2243명에 달한다. 학교별로는 서울대가 297명으로 가장 많으며 성균관대(135명) 고려대(116명) 연세대(92명) 외대(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1기 위원회가 과거사 규명요구에 ‘선택과 집중’이란 자의적 결정을 하며, 끝내 진상규명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유가족들이 진정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며 “과거 권위주의 통치 아래 국가가 폭력행사의 주범으로 작동한 암울한 시기에 어떤 사안도 가볍게 따질 수 없으며, 위원회에게 그런 권한은 부여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기 진실화해위는 자료제출 거부·불출석 등 기존 조사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역사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물론 누락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많은 피해자 규모와 진상을 파악하고 존안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조사활동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사과정에 대한 설명회가 개최돼야 하고 현장조사 등에 유가족·피해당사자 등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뒤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강제징집 피해자인 이용성(성균관대 81학번)씨는 “입대동의서를 쓰지 않았으며 신체검사도 받지 않은 나는 군인신분으로 피해를 당한 것이 아니라 군에 감금당하고 이용당한 것”이라며 “당사자가 적극 나서야 진실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이 밝혀지려면 군이 보관하고 있는 존안파일이 공개돼야 한다”면서 “당사자가 아니면 정보공개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위원회가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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