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독점에서 과점으로 … 미국 5대 기술기업 간 경쟁 격화”


기술산업은 독점기업에 지배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독점 유지는 점차 어려워졌다. 기술산업은 역동적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디지털 시장은 과점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2~ 3위 추격자들이 선두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거대 기술기업들은 고객·데이터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창조적 파괴의 돌풍은 원래 실리콘밸리에서 불던 것이다.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와 휴렛팩커드 등 지배자에서 낙오자로 급락한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최근 거대기업들은 악착같이 버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불혹(40세)을 넘겼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은 약관(20세)을 넘었다. 페이스북도 지난달 17살이 됐다.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는 크기가 크기를 낳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거대 기술기업이 방대하게 쌓은 데이터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 검색과 소셜미디어, 광고, 전자상거래, 동영상 스트리밍, 차량공유, 배달과 지급결제 등이 그렇다. 각자 선택한 영역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달성했기에 많은 기술기업들, 특히 거대 기술기업들은 지난 10년 서로를 겨냥해 직접 경쟁하는 데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변한 건 없다. 기술기업들은 윤택한 2020년을 즐겼다. 투자자들은 기술기업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미국 5대 기술기업의 시가총액 7조6000억달러는 그들의 매출이 향후 10년 동안 두배로 늘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변화가 진행중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에 따르면 기술 각 분야의 선두기업들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가중평균 시장점유율을 보면 안정적이다. 미국 기술분야 11개 하위범주에서 평균 약 35%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5년 이후 2~3위 추격기업의 점유율도 18%에서 26%로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는 두가지 흐름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다각화와 상호경쟁

첫째, 거대 기술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일단 주력제품이 성숙단계에 진입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적 기회가 등장했다. 또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강화 위협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15년 이후 미국 5대 기술기업끼리 서로 겹치는 부문의 매출 비중은 22%에서 38%로 커졌다. MS와 알파벳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아마존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디지털 광고 부문에서 떠오르는 신흥세력이다.

둘째, 외부자들도 추격의 모멘텀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98세 기업 디즈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58세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소매거래에서 38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전자상거래의 쇼피파이, 페이팔과 같은 독립 기술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디지털 수요 급증에 힘입어 돌파구를 열었다. 독자생존이 충분할 정도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승자독식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기술이 독점의 운명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곧 기술독점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상식이 됐다. 오늘날엔 과점경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조건들은 무르익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경쟁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사례를 보면 달라진다. 중국 소비자들이 도약하면서 제품 간 경계는 흐려졌다. 기업 입장에선 혼자 놀던 물에서 같이 노는 물로 시장이 전환됐다. 그 결과 저마진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혁신을 이끌었다.

홍콩 CLSA증권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2013년 62%로 절정에 달했다. 지난해 알리바바 점유율은 51%로 줄었다. 한때 분열됐던 경쟁은 통합되고 있다. 2, 3위기업 핀둬둬와 JD닷컴(텐센트의 전자상거래기업)이 도합 24% 점유율을 차지한다. CLSA는 2026년 2, 3위 점유율이 33%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오랫동안 중국 쇼핑객의 디지털지갑을 놓고 경쟁했다. 지난해 텐센트는 향후 5년 동안 7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중 일부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따라잡는 데 쓰이게 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부문엔 알리바바와 텐센트뿐 아니라 5개의 주요한 기타 경쟁자가 있다. 각각 1000억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다. 이들은 서로 죽기살기로 경쟁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다. 인도는 통신사 ‘지오’를, 동남아시아는 차량공유 ‘그랩’과 ‘고젝’, 온라인 쇼핑·게임 플랫폼 ‘씨’(Sea)를 갖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같은 아시아 기업들은 안정적인 독점을 추구하기보다 누가 고객을 유혹하는 유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이들 기업은 선두기업과 맞닥뜨린다 해도 과감한 다각화를 통해 확장을 추구한다”고 전했다.

1위 위협하는 2~3위 기업의 추격세

미국의 기술업계 풍경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11개 기술시장을 살폈다. 모두 합해 지난해 매출 1조6000억달러를 기록한 곳들이다. 지난 5년 동안 앱스토어(1위 기업 애플)와 기업소프트웨어(MS), 클라우드컴퓨팅(아마존), 온라인광고(알파벳) 부문에선 1위 기업의 점유율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식음료배달(그럽허브)과 차량공유(우버), 동영상 스트리밍(넷플릭스)에선 선두기업의 점유율이 2015년 이후 두자릿수 하락했다.

대부분 시장에서 2~3위 추격기업들의 합산 점유율이 선두기업보다 더 빠르게 높아졌다. 선두기업의 점유율이 약간 상승한 전자상거래(아마존)와 스마트폰(애플) 부문에서도 그랬다. 11개 부문 중 6개 부문(차량공유 앱스토어 온라인광고 스트리밍 지급결제 식음료배달)에서 2~3위 추격기업들은 점유율 1/3 이상을 기록했다. 2016년엔 2개 영역에 불과했다.

전도유망한 기업 일부는 거대 기술기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나 시애틀 출신이 아니다. 디즈니의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말 출시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9500만명 구독자를 확보했다. 선두기업 넷플릭스보다 약 9배 빠른 속도다. 월마트는 온라인 풀필먼트에 수년간 투자하더니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에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베스트바이나 홈데포, 타겟 등 다른 오프라인 소매기업들 역시 디지털 게임에 판돈을 높였다. 14년 된 캐나다기업 쇼피파이는 이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1/10 점유했다. 2015년 점유율 1/70에서 급상승했다. 쇼피파이 시가총액은 지난 2년 동안 7배 올라 1500억달러에 달한다.

새롭게 등장한 경쟁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국 5대 기술기업의 활동영역이 점차 중첩된다는 점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MS는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사이의 치열한 경쟁관계를 보다 큰 규모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전세계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대형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의 제임스 앤더슨은 “아직 중국기업처럼 상대가 죽을 때까지 싸우는 기세는 아니다”라고 본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마크 슈멀릭은 “거대기업들이 ‘또는’(or)의 세계에서 ‘그리고’(and)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봤다.

물론 5대 기술기업의 매출 대부분은 핵심 사업부문에서 나온다. 지난해 온라인 광고매출은 알파벳 총매출의 80%, 페이스북의 98%였다. 애플의 2020년 매출 80%는 아이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이었다. MS는 매출 대부분을 기업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 아마존 역시 전자상거래에서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 수치는 당초 더 높았다. 아이폰 구매자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컴퓨터 의존도를 줄였다. 대신 지급결제와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애플의 서비스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약 20%로, 5년 전보다 2배 늘었다. 영상과 음악 스트리밍은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프라임 뮤직과 경쟁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와는 동영상으로, 스포티파이와는 음악으로 싸운다.

아마존 전자상거래 매출 비중은 2015년 87%에서 지난해 72%로 줄었다. 매출의 10%는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나온다. 디지털 광고 매출은 6%를 차지한다. 알파벳이 지난해 광고에서 얻은 매출 비중은 2015년 대비 10%p 낮다.

핵심 사업부문에서 하락한 매출비중은 다양하고 새로운 모험에서 나온다. 그중 많은 것이 5대 기술기업의 영역에 진입하는 것과 관계돼 있다. 5대 기업 매출의 2/3는 이제 서로 겹치는 사업영역에서 나온다. 2015년 1/5에서 상승했다. 번스타인은 "기술부문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스피커, 메시징, 화상회의 등 20개 정도로 나눌 경우 5대 기술기업들이 대부분의 영역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다각화 노력이 아직 큰 돈벌이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5대 기업의 치솟는 주가는 연매출의 25~82배에 달한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기에 충분할 정도로 실탄이 넉넉하다는 의미다. 주주들은 야심찬 성장 계획을 요구한다. 핵심사업 부문이 성숙하고 성장이 더뎌지면서 다른 어디에선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투자가는 "주요국 반독점 규제당국이 엄포를 놓는 통에 과거처럼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돈으로 인수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미 알려진 거대시장에서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경쟁하면서 성장을 일궈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영역 침범의 여러 형태들

그에 따른 상호영역 침범은 여러가지 형태를 띤다. 첫째 기술기업들은 점차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둘째 다른 사업모델을 배경으로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경쟁기업이 과금하는 것들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반대로 경쟁기업이 이용자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넘기는 대가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과금하는 방식이다. 셋째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처럼 성장잠재력이 큰 초창기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직접경쟁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가장 치열하다. 현재 시장 규모가 630억달러로, 연 평균 성장률 40%를 기록하는 곳이다. 월가는 향후 10~20년 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1조달러대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한때 이런 농담을 했다. "반스&노블이 아마존의 킨들전자책을 베껴야 한다고 깨닫기까지 여러달이 걸렸다. 반면 기술기업들이 클라우드사업을 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베껴야 한다고 깨닫기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결국 기술기업들은 클라우드에 진출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는 연 매출 200억달러 규모다. 번스타인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2024년 구글 매출에서 12%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엔 7%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로켓엔진을 단듯 성장하는 전자상거래는 경쟁이 치열한 또 다른 영역이다. 페이스북은 '마켓플레이스'라는 온라인 중고거래시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아마존을 직접 겨냥해 '페이스북샵'을 열었다. 페이스북 또는 자매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1억6000만개 기업들에게 제품 홍보의 창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또 아마존과 맞설 최강 상대로 떠오른 캐나다의 쇼피파이와 협력하고 있다. 우회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MS도 소매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계산 자동화 기술을 월마트에 판매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핵심사업인 소셜미디어 부문도 경쟁기업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해 MS는 중국 단편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인 '틱톡'을 인수해 소비자사업을 강화할 작정이었다. 올해는 사진공유 네트워크인 '핀터레스트'를 인수할 것을 고려했다. 두 시도 모두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MS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해졌다.

아마존의 한 임원도 "소셜미디어를 고려하지 않는 건 미친짓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2013년 책을 평가하고 추천해주는 플랫폼 '굿리즈'를 인수했다. 페이스북과 책을 결합한 모델이라고 평가받는 기업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구매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를 평가하고 추천하는 플랫폼이라면 향후 소셜네트워크 잠재력은 만만찮다. 아마존의 전직 임원은 "페이스북이 쇼핑에 진입하는 것보다 아마존이 소셜미디어에 진입하는 게 훨씬 쉬울 것"이라며 "아마존이 지배하는 배송과 물류는 소셜네트워크기업이 단독으로 하기엔 벅차다"고 평가했다.

검색엔진도 경쟁부문이다. 클라우드사업 성공에 고무된 MS는 괜찮은 성능이지만 여전히 경쟁에서 밀리는 '빙'에 대거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고객들이 온라인 고객에게 상품을 광고할 때 왜 구글이 돈을 버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직 아마존의 검색광고 사업은 구글에 비할바가 못된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제품검색은 아마존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서 시작된다.

애플 역시 검색시장에 진입할 생각을 품고 있다. 애플은 2018년 구글의 검색·AI 대표였던 존 지안안드레아를 영입했다. 최근 애플 자체 검색엔진인 '애플봇'의 활동이 보다 활발해졌다. 지능형 개인 비서 기능을 하는 '시리'도 마찬가지다. 애플 관계자는 "시리는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검색광고시장을 놓고 구글과 정면대결하려는 아마존과 달리, 애플은 직접적으로 검색시장에서 이익을 취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검색 프로젝트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특유의 '닫힌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 이에 대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는 '다른 사업모델을 배경으로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쟁의 두 번째 양상을 잘 드러낸다. 애플 CEO 팀 쿡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을 해치려는 노골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저커버그나 알파벳 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고객들의 정보를 추적하려면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피차이 입장에서도 비슷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알파벳은 거의 모든 종류의 제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문자·음성·비디어채팅 서비스,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텐서플로', 오픈소스 기반 관리시스템인 '쿠버네티스' 등이다. 구글의 막대한 광고매출 이익으로 가능한 이러한 서비스 제공에 대해 일부에서는 '경쟁기업이 모방할 생각조차 갖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경쟁적 이윤을 창출할 사막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본다. 구글에겐 사하라사막처럼 광활한 데이터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영역 틈새를 진입하기보다, 기술기업들은 종종 사용자들에 의해 특정 영역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아마존 전직 경영자는 "인터넷과 방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한 사업의 울타리를 넘어 또 다른 영역으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가 합쳐진 '소셜쇼핑'이 좋은 사례다. 수많은 사람들이 특정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에 접속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으로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판매 방식이다.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는 방식이다. 조만간 서구에서도 선을 보일 수 있다.

수억명 또는 수십억명의 고객층 덕분에, 기술플랫폼은 쉽고 저렴하게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룹을 이뤄 다양한 것들을 사고파는 데 착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한편 거대 기술기업들은 AI 프로젝트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기도 한다. 애플은 전세계 주요 자동차기업들과 자율주행차 제조를 논의하고 있다. 5대 기술기업 내에선 현재까지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의 전유물로 여기던 영역이다. 아직 현실화된 건 없다. 하지만 애플카의 개념은 이미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을 얻었다. 지난해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했다. 중국 검색엔진 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 역시 자동차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죽기살기로 싸우기

기술영역 경쟁이 격화되면, 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이미 마진압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에 따르면, AWS와 애저가 양분하는 복점시자에 구글이 참전하면서 서비스 가격이 하락했다. 클라우드에 대한 텐센트의 대규모 투자도 비슷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알파벳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10년 간 13%p 하락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절정기 대비 10%p 하락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2017년 50%에서 현재는 40% 아래로 감소했다. 이들 기업은 각기 사업의 실적에 자세한 설명을 삼간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한 가지 설명요인은 경쟁의 심화다. 또 다른 설명요인은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핵심사업의 이익을 잠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시장에 있는 경쟁자에게 또 다른 이익 압박 요인이 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거대 기술기업끼리 디지털 시장 파이를 분배하기 위해 짬짜미 한다거나 상호 지배영역을 우회한다는 추정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은 다수의 기업들이 현대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디지털시장을 놓고 죽기살기로 싸우길 원한다. 그래야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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