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음주운전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는 직접 운전을 한 것이 아니니 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 자체가 위험하다. 법은 동승자도 처벌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그것을 알고서도 말리지 않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음주사고가 줄지 않고, 관련 판례가 쌓이면서 이제는 동승자까지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을왕리 비극 동승자도 기소

지난해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방조에 관해 관심이 높아졌다. 30대 여성 운전자가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의 면허취소 상태에서 40대 남성 동승자를 태우고 운행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치킨배달을 하고 있던 50대 남성이 이 사고로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인 30대 여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조수석의 동승자를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입건했다. 그후 검찰은 운전자 여성을 위험운전 치사죄로, 동승자 남성을 주위적으로 음주운전 교사죄, 예비적으로 음주운전 방조죄로 각 기소했다.

형사실체법에서 ‘방조’는 기본적으로 ‘정범의 구성요건 실행을 가능하게 하거나 용이하게 하거나 또는 정범의 범죄의사를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범죄에 가담해 그 범행을 쉽게 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살인이나 절도 범죄에서 망을 봐주는 것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음주운전 방조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동승자를 처벌하는 독립적인 규정은 없다. 대신 형법상 방조를 적용해 처벌하게 되는데, 관련 판결은 여럿이 있다. 술에 취한 사람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게 하고 자신은 조수석에 동승한 혐의(음주운전 방조)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또 함께 술을 마신 뒤 “운전연습을 하고 싶다”는 여자친구에게 차량 열쇠를 건네준 뒤 조수석에 동승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을 방조한 경우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농도와 처벌전력 및 운전자의 음주운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서 구체적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방조자는 적게는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운전자의 처벌 범위에 종속해 많게는 1년 이상 2년 6월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음주운전 기여에 따라 처벌 수위 달라져

을왕리 사건의 경우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 영상에 따르면, 사고 운전자인 여성은 주차된 차량의 운전석 문을 열지 못했다. 잠시 후 동승자 남성이 조수석으로 접근하자 차량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운전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남성은 이 사건 여성의 운전가능한 상태를 형성한 것이므로 음주운전을 적극적으로 방조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

위 사건의 남성이 운전자 여성에게 방조죄로 처벌받지 않도록 거짓진술을 요구했다면 이는 형법상 범인도피죄의 교사범으로, 다른 감경사유가 없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다만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거짓진술을 강요한 경우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또한 동승자가 자신이 방조했다는 증거들을 인멸하도록 타인을 교사한 경우에는 증거인멸의 교사범의 죄책을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