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섬강-흥원창에 주말 수백여대 차박 행렬

'꾸구리' '돌상어' '흰목물떼새' 등 핵심서식지

"아무리 자연을 즐기는 캠핑이라도 이건 아니다. 멸종위기 물고기들이 다수 서식하는 여울을 오프로드 차량으로 질주하고 흰목물떼새가 번식할 모래톱까지 점령했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의 말이다.

13일 오후 민물고기 모니터링을 위해 원주 섬강과 남한강, 청미천 합수지점을 찾았다. 수백여대의 차박행렬이 온통 강변을 점령한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14일 오후 남한강-섬강 합수지점 아래 모래톱에 섬강을 도강한 차박 행렬이 무리지어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조류 '흰목물떼새' 주요 번식지다. 여기에서부터 수백여대에 이르는 차박 행렬이 영동고속도로 교량 상류까지 길게 이어진다.


일단 강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다. 차량으로 강을 건너가는 이들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한두대가 아니라 불가능했다.

오프로드 차량들은 여러대가 줄지어 섬강 여울을 건너다녔다. 도강 연습을 하려는 듯 일부러 여러번 왕복하는 차량도 있었다.

염 대표는 "강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차량이 여울에 휩쓸려 인명사고는 물론 팔당 상수원까지 오염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울 돌틈에 사는 '꾸구리' '돌상어' = 섬강 하류에서 남한강 합수지점은 멸종위기 민물고기 '꾸구리'(Gobiobotia macrocephala)와 '돌상어'(Gobiobotia brevibarba) 핵심 서식지다.

꾸구리와 돌상어는 멀리 이동하지 않고 여울의 성근 자갈틈에서 활동한다. 차량으로 여울을 건너다니면 돌틈에 끼어 죽을 위험성이 크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남한강 본류의 꾸구리 서식지가 사대강 보로 인해 없어진 뒤 섬강은 마지막으로 남은 서식처"라며 "이 일대는 돌상어 묵납자루 한강납줄개 등의 멸종위기어류도 같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우려했다.

섬강과 남한강의 서로 다른 물이 만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톱과 흥원창의 절벽은 겨울철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 공급지이기도 하다.

강원대 야생동물연구보전센터 최순규 박사는 "특히 이 일대는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와 '호사비오리'가 좋아하는 먹이터"라며 "최근 조사에서 확인된 법정보호종은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 큰고니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새호리기 수리부엉이 새매 참매 잿빛개구리매 원앙 등"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최근 4대강사업 때 평탄화된 강변에서 차박 캠핑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며 "아무리 취미 활동이라도 멸종위기 새들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빼앗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지방환경청과 협조해 차단" = 3월 말부터 이 일대 자갈밭에서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Charadrius placidus)의 번식이 시작된다. 새들의 번식기를 앞두고 차량들이 강변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과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현장 확인과 지자체, 국토관리청 등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강변에 차단기를 설치하고 진입금지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대책을 긴급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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