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증가 규모도 예측·통제 가능한 규모"

정부부채 증가속도는 세계 평균의 절반도 안돼

'나라빚 GDP 첫 추월, 코로나 지원 퍼주기, 재정지표 최악 우려'

2020년 정부재정 결산안이 발표되자 주요 언론들이 다룬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제목만 본다면 지난해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해서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읽힌다. 코로나 대응도 사실상 퍼주기였고 이 때문에 국가재정 지표가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일까. 국가부채가 GDP 규모를 넘어섰다는 수치만 사실이다. 나머지 해석은 '팩트'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결산안과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 등을 자세히 뜯어보면 반대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오히려 세계 주요국과 비교하면 지난해 한국은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비율의 재정을 투입해 효과적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이 때문에 늘어난 국채규모도 예측·통제 가능한 범위였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7일 '2020년 결산안, 논점 3가지'란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코로나 재정대응 세계 최고수준 =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수지 적자규모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최고수준으로 선방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재정규모에 비해 가장 작은 돈을 들이고도 매우 효과적으로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했다는 뜻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수지(일반정부수지) 적자비율은 -3.1%다. 반면 선진국 평균은 -13.3%, 세계 평균 -11.8%이다.

세계 각국이 2020년 위기대응 과정에서 국가재정을 투입한 결과, 전년에 비해 GDP의 10% 이상 재정적자를 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재정수지 적자비율이 선진국의 1/4, 세계평균의 1/3에 머물렀다. 바꿔 말하면 선진국들의 25% 수준의 재정 투입만으로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위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뜻이 된다.

또 정부부채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한국의 정부부채 증가속도는 느린 편이었다. 전년 대비 2020년 일반정부부채 변화 폭을 보면 한국은 6.2%p(41.9%→48.1%)가 늘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평균 17.9%p(104.8%→122.7%), 세계 평균은 14.1%p(83.5%→97.6%)가 늘었다. 우리나라보다 최대 3배 이상 부채증가 속도가 빠른 셈이다.

◆재정 더 투입할 여력 있었다 = 실제 지난해 한국의 코로나19 방역대응은 전세계가 공인하는 '방역선진국'이었다.

경제성장률 역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1.0%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은 -3.5%를 기록했고, 일본(-4.8%) 독일(-5.0%) 프랑스(-8.2%) 영국(-9.9%) 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 전례 없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연구위원은 "2020년 우리 정부 통합재정수지적자가 71조원인데, 외국과 비교하면 재정여력 감소를 최저수준으로 유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대해서는 "재정여력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지만, 재정역할이 부족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여력이나 부채규모를 본다면, 한국은 지난해 더 과감한 재정투입도 가능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 재정대응을 놓고 '더 과감한 재정투입'과 '재정건전성 유지'를 명분으로 여러차례 갈등을 겪었다. 당시 여당에서는 "코로나19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비교한다면, 기재부 주장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전쟁 물자'를 아끼자는 얘기"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예측범위 내 부채 증가 = 지난해 코로나19 대응과정을 거치며 늘어난 국가부채 규모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4차례의 추경으로 늘어난 재정수지 적자분과 국가부채 증가분이 엇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 규모 정도의 국채가 추가로 발생한 수준이란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2020년 예산안과 결산안을 비교해보면, 국가채무 수치 증가는 추경을 통해 악화된 재정수지 적자 정도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면서 "정부가 충분히 예상했고, 대응도 가능한 범위 이내"라고 평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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