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대검, 일선 지검 수사상황 보도 관련 진상파악

박준영 변호사 "피의사실 공표, 이해관계 따라 활용" 비판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경고하고, 대검찰청이 진상확인을 지시하자 박준영 변호사가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출근│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박 장관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 = 앞서 박범계 장관은 6일 서울중앙지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이 불거지고 세부 상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놓고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공표라 볼 만한 보도가 되고 있다"며 "매우 엄중히 보고 있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수사를 직접 진행하는 사람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 버젓이 보도된다는 것은 우리 검찰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가 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이 진행 중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등 기획사정 의혹 수사와 관련 해 세부 상황이 특정 언론에서 보도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간밤에 이런 보도와 관련해 대검이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중앙지검이 (관할)기관으로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려고 한다"며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기초해 진상을 확인해보고 후속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찰 수사팀의 피의사실공표 의혹에 대한 감찰 가능성도 시사했다.

◆대검, '김학의 사건' 피의사실공표 진상확인 지시 = 이와 관련 대검도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이 사건을 둘러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과 관련해 일선 검찰청에 진상확인을 지시했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를 의심하며 유감을 표시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대검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시 취지에 따라 최근 일련의 보도에 관해 서울중앙지검(5일)과 수원지검(6일)에 진상확인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검은 지난달 26일 전국 일선 검찰청에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침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대검은 최근의 수사 진행 상황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검찰 내부 의사 결정도 방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 "자신의 유불리에 맞춰 활용" = 이에 대해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7일 "피의사실 공표 금지가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칙 강조의 명암'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은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침묵 또는 강조가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농단 수사나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여당·법무부·청와대는 침묵했다"면서 "그것은 이 정권에 유리한 보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침묵하던 사람들이 2019년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다들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유불리에 맞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이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권력형 수사가 생중계되는 것도 문제지만,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수사와 재판 결과가 각종 이해관계에 따라 인용·해석되는 구조를 이대로 둔 채 수사 정보만 통제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상적인 개혁의 실천은 보편적 공감, 즉 현실 속에서 진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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