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사건 이후 피해자 보호 미흡 지적

여가부 "연구용역 진행 … 관련 법안 추진"

경찰,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조치 검토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평소 스토킹하던 여성을 포함한 일가족 3명을 살해한 김태현 사건 이후 스토킹처벌법의 미흡한 부분을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스토킹처벌법은 기존에 벌금 몇만원 수준의 경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을 징역형까지 가능한 중한 범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지만 피해자 보호 부분은 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법 시행 전이라도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7일 여가부 관계자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하고 관련 법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보호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련되어 있는 쉼터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만 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운영지침 등을 변경해 스토킹 피해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차원에서도 고민이 진행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스토킹 피해자의 경우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와는 달리 이미 가해자와 주거 자체는 별도로 분리되어 있지만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쉼터 이용보다는 신변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외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을 보면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가족에 대해 접근하는 행위 등을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했다. 이런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할 경우엔 범죄 혐의가 성립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만약 흉기 등을 휴대하고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을 상향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문제는 스토킹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변변치 않다는 점이다. 법상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해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의 조치가 긴급하게 이뤄질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법원의 사후 승인을 구해야 한다. 만약 사후 승인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는 이런 응급조치들은 즉시 취소된다. 승인됐을 경우에도 접근금지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제도적 보완 사항으로는 '피해자 보호 명령제' 도입이다. 스토킹 처벌과 관련한 법률을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피해자에 대해 자동적으로 비상보호명령을 발부하거나, 특정한 상황의 스토킹에 대해선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등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서울 노원경찰서는 7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틀째 김태현의 범행 동기와 진술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씨가 살인 혐의는 인정했지만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선 명확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8일에도 프로파일러 대면 조사를 다시 실시해 사이코패스 성향을 분석할 예정이다.

스토킹 관련 혐의가 추가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경찰은 9일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며 수사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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