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등 불공정, 내로남불에 민심 분노 ··· 진보-보수 진영 정계개편 예상

선거벽보 제거합니다 |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화동 주민센터 관계자들이 선거벽보를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촛불이 만든 문재인정부와 174석 거대여당의 무능과 오만이 거센 민심에 여지없이 심판받았다. 조국사태부터 시작해 LH 부동산투기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공정, 정의, 평등 등 시대정신을 스스로 외면한 결과라는 평가다.

민심은 규제완화와 투기에 의한 재산축적 의혹과 이와 연관된 거짓말 논란 속에 휩싸인 국민의힘 오세훈(MB정부 때 서울시장), 박형준(MB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정무수석) 후보의 손을 들어줄 정도로 엄혹했다.

결국 촛불 민심이 맡긴 권력을 검찰개혁 등 일부 지지층의 요구를 달성하는 데 소진한 채 여당은 MB시대 핵심인물들의 부활을 도운 격이 됐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p 격차로 눌렀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형준 후보가 62.67%로 김영춘 후보(34.42%)를 크게 압도하며 이겼다.

투표율이 서울 58.2%, 부산 52.7% 였다. 광역단체장 재보선 투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서초·강남·송파 ‘강남 3구’의 투표율은 60%를 웃돌았다.

울산 남구청장(서동욱), 경남 의령군수(오태완) 보궐선거 승리도 국민의힘 후보가 가져갔다. 광역·기초의원 재보선 역시 국민의힘 후보가 12곳에서 당선됐다. 나머지 호남 4곳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경남 의령군의원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국민의힘에 밀렸다. 부산시장선거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포함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무리하게 통과시켰지만 두 배 가까운 득표차로 패배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서울시장 자리가 보수정당으로 넘어갔고 2018년에 어렵게 처음 깃발을 꽂은 부산시장 자리도 4년 만에 보수정당에게 되돌려줬다.

보수진영의 결집과 함께 진보진영의 이탈에 따른 결과다. 2016년 이후 큰 선거에서 4번 연속 패한 보수진영이 정권심판론 깃발 아래 집결한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내로남불 등 이율배반적 행태에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과거 4년 동안 민주당을 지원해왔던 중도층, 20~30대의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민주당의 완패는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 먹구름을 펼쳐놓았다. 진보-보수 진영의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여당 내에서는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대선주자인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보궐선거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 주목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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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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