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100조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이마트(4조6000억원)와 롯데쇼핑(3조5600억원)은 시총만 비교하면 구멍가게가 됐다. 쿠팡은 왜 미국증시에서 이런 평가를 받을까.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아마존은 인터넷서점에서 시작해 지금은 시가총액 1조6000억달러 이상 대형기업이 됐다. 1997년 상장한 아마존 주가는 최근까지 19만2000% 상승했다. 아마존이 상장했을 당시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20여년 이 지난 지금 192만달러가 됐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아마존이 각종 생필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마존 매출 80% 가량이 소매유통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알짜 사업은 ‘클라우드’에 있다. 아마존은 인터넷 상거래 컴퓨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아마존 총매출 20%, 이익 70%를 창출하는 최고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후발주자들이 맹추격하고 있지만, 아마존은 32%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아마존은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고객이 몰려 트래픽이 올라가면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서버를 늘렸다. 하지만 평소에는 서버 용량이 남아도는 게 문제였다. 이를 다른 기업에게 임대하기 시작하면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성장하게 됐다. 일종의 온라인 부동산업이다. 전문가들은 AWS가 아마존에게 가장 큰 캐시카우가 될 것이고 당분간 세계 1위 점유율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역발상이 기업의 흥망을 가르는 척도가 됐다.

넷플릭스는 인터넷과 영화를 합친 이름이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해 창업했다. 사업초기 비디오와 DVD를 우편과 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그 서비스를 고집했다면 지금의 넷플릭스는 없다.

현재 넷플릭스는 빅데이터업체로 발전했다. 고객 취향을 수집·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만 아니라 제작까지 한다. 제작 역시 빅데이터에 근거해 고객이 가장 좋아할 만한 스토리를 끌어낸다.

쿠팡에 투자한 이들은 쿠팡이 대한민국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발전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물건을 싸게 파는 유통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런데 쿠팡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길을 알고 있을까.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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