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택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까지 실질 탄소배출량을 제로화한다는 ‘2050 탄소중립’비전을 선포했다. 각 부처는 일제히 실행전략을 쏟아냈다.

국정현안조정점검 회의에서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확정했다. 2025년 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을 70%로 높이며, 2050년까지 석유계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3년 전 대책과 비슷한 탄소중립 비전

어디서 들어본 얘기다. 3년 전 환경부는 ‘5.10 재활용 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분담금으로 재생원료를 구매해 비축하고, 녹색제품 구매비율을 60%로 높이기로 했다. 고형연료(SRF)의 소규모 사용시설 난립 방지와 대기배출 허용기준 제고 등 환경관리 기준 강화 방침을 세웠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선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있어야 할 통계와 팩트는 없고 숫자와 목표만 있다. 특히 중장기 국가비전을 수립하면서 정작 관련 산업계 의견수렴조차 한번 없었다.

최근 의미 있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2년 전 미국 CNN 보도로 국제적 망신을 샀던 경북 의성군 폐기물처리장의 20만톤 쓰레기산을 시멘트업계가 치웠다는 내용이다. 알고 보니 주역은 쌍용C&E 삼표 한일 아세아 성신 등 시멘트 업체들이었다. 시멘트는 제조과정에 고온이 필요하다. 쓰레기산 절반의 폐플라스틱을 석탄(유연탄) 대신 연료로 사용했던 것이다.

시멘트 기업들은 ‘2030년 유연탄 제로’ 선언을 하고 나섰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화석연료인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이나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최고 2000도의 열원(순환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업계의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사용량은 2016년 125만톤에서 지난해 172만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유연탄 대체비율은 60%로 현재 기술로도 향후 5~10년 동안 80%까지 늘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스웨덴은 2019년 243만톤(50%)을 에너지로 회수하고 매립은 단 0.8%에 불과했다. 가까운 일본은 어떨까. 2018년 플라스틱폐기물 61%인 602만톤을 열 에너지로 이용했는데, 그중 고형연료 및 시멘트 원·연료 사용량은 19%인 173만톤이었다.

열에너지 회수 확대 막는 자원재활용법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폐기물을 선별·파쇄 등 처리공정을 거쳐 연료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폐기물 고형연료제품(SRF)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제품포장재별 재활용의 방법 및 기준, 고형연료제품 품질기준 등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오히려 SRF 사용을 기피하게 만든다.

시멘트 킬른의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플러프의 경우 성형제품이 아니어서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SRF로 사용할 경우 시설검사도 까다롭고 70%만 재활용실적으로 인정된다. 발열량은 물론 ‘크기와 모양’까지 규제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한다. 먼저 플라스틱 폐기물을 ‘환경연료’로 지정하고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받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가 선진국 수준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