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대선? 선택기회 관측

8일 야권 혁신과 통합 주장

이번에는 철수하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얘기다. 덕분에 안 대표는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 7 재보선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야권재편과 내년 대선정국에서도 존재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2012년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 뒤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철수 이미지'를 남겼다. '나쁜 단일화의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후보단일화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안 대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선에서 패한 사실이 확인된 다음날인 3월 2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깜짝참석해 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합동유세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13일 동안 무려 19차례나 지원유세를 펼쳤다.

결국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큰 격차로 당선됐다. 안 대표는 오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과 승복을 통해 야권지지층의 결집력을 높이고 중도층과 20·30대로 야권 지지를 넓히는데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대표 입장에선 야권지지층에 '신뢰할 수 있는 리더 이미지'를 남긴 게 성과로 꼽힌다. 또 오 후보에 대한 열성적 지원을 통해 '철수 이미지'를 깔끔히 씻어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야권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무기력했던 야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했다. 당시만해도 여권의 압도적 우위 구도 속에 제1야당 국민의힘 주자들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었다. 안 대표가 대선주자에서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야권 대역전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안 대표는 이번 도전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을 재평가 받을 기회를 갖게 됐다는 관측이다. 통합야당의 당권 또는 내년 대선 도전 가능성이 무게감 있게 거론된다.

안 대표는 8일 혁신과 통합, 미래, 번영을 향후 야권이 지향해야할 핵심가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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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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