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싹쓸이 상임위원장, 재분배할 수도

민심 업은 야당, 여당 압박 거셀 전망

"성찰·혁신" 실천으로 옮길지 관심

"문재인정부 심판, 개각·사과도" 주문

4.7 재보궐선거 대패로 174석을 가진 여당의 독주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다'던 여당은 그동안 '촛불의 힘'을 등에 업고 야당 반대와 상관없이 인사청문회, 입법 등을 단독으로 밀어붙였고 이에 대해 민심이 등을 돌리며 경고장을 보냈다.

8일 여당 중진 의원은 "재보궐선거 패배는 민심이 현 정부와 여당의 무능과 오만에 대해 심판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야당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면서 속도전을 하던 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려고 해도 안된다"고도 했다.

무거운 분위기의 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 공동 출구 조사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앞서는 걸로 예측되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번 재보궐선거라고 하는 방안에 유증기가 가득했다"면서 "거기에 그냥 라이터불 하나가 LH사태로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패배의 원인은 일단 민생 무능이고 두 번째로는 내로남불, 세 번째가 개혁 부진"이라고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올해 초에 '올해의 이슈' 리포트에서 "2020년 4.15 총선을 통해 민주당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수의석을 확보했다"며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모두 차지하며 국회운영이 종전의 합의제에서 다수제 방식으로 변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주요 입법과정에서 여야간 합의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여당 단독처리가 반복됐고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비등하게 되었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법독주가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더 거세질 야당의 공격 = 민심을 확인한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힘을 쏟는 정책과 법안를 정면으로 막아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내세운 이해충돌방지법 등 부동산투기방지 법안, 문재인정부의 뉴딜법안, 검찰 수사지휘권 완전차단을 위한 법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손실보상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제안하고 합의한 LH투기와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권익위의 여당 의원 전수조사 등을 놓고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식물정부, 식물국회로 전락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가 재보선 전과 같이 여당 독주로 진행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여당이 무리하게 임명 동의절차를 진행할 경우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 꼴이 될 수 있다. 총리, 국토부장관, 검찰총장과 함께 경제라인까지 대규모 개각이 예상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의 인사중용 기준이 크게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해법 실천력은 = 앞으로 11개월간의 대선전은 여야가 모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전략에서 '174석'은 주요 무기가 될 수 없다.

민주당이 경로를 바꿔 '직진'이 막힌다면 다소 돌아가더라도 '같이' 가는 '우분투 정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당이 싹쓸이했던 상임위원장 자리도 재협상할 가능성이 있다.

여당으로서는 '변화'를 뛰어넘는 '혁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종민 여당 최고위원은 "우리가 대표하는 사람들은 전 국민"이라며 "모두 꼼꼼하게 현장에서 대화하고 경청하는 노력 위에서 의사결정을 했어야 되는데 그런 경청의 자세, 현장으로 들어가는 자세, 이런 것들이 너무 약했다"고 했다.

패배확인 직후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했고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 들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력으로 '과감한 대수술'에 나설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단순한 외과치료에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모 중진의원은 "재보선 패배는 독선, 오만, 무능, 위선 등이 낳은 결과이며 민주당에 대한 평가이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평가"라면서 "당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고 소수 지지층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귀를 열어야 하며 문 대통령 역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개각 등의 방식으로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촛불의 의미를 오독해 검찰개혁 등에 치중한 국정과 정당 운영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민생,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고 했다.

["포스트 4.7 재보선 쟁점진단"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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