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임 서울시장 '3면 초가'

정부·시의회·자치구 민주당 장악

리더십, 진정한 시험대에 올라

오세훈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보수의 전국 선거 3연패를 끊고 여당 후보를 18%p 차이로 누르는 등 대승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정치 지형은 정반대 상황이다. 오 시장이 정치적 명분을 앞세워 1년 내내 싸움을 벌일지, 불리한 정치지형을 뚫고 협력의 정치를 보여줄지 기로에 섰다.

◆시정 3대 파트너 모두 여당 = 정치권에선 오 시장이 처한 상황을 '3면초가'라고 말한다. 서울시 운영의 3대 파트너인 서울시의회·자치구·중앙정부 모두 민주당 일색이다. 서울시의회 109명 의원 가운데 101명이 민주당 의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곳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중앙부처는 어느 한 곳도 서울시 행정과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8일 출근해 직원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국회에 법이 있다면 시의회엔 조례가 있다. 조례를 바꾸거나 시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시장 권한이 막강해도 발이 묶인다. 예를 들어 한강변 35층 고도제한은 서울시 도시계획 최상위 기준인 '2030 서울플랜'에 명시돼 있다. 오 시장은 당장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한다지만 이는 시의회 의결을 거친 방침이라 되돌리려면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재건축의 시작은 안전진단이다. 시장은 1차 승인 권한만 있을 뿐 최종 판정은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을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장이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하려해도 중앙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셈이다.

자치구와의 관계도 문제다. 오 시장은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를 없애고 그 자리에 복합상업단지와 장기전세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공약했다. 주택공급을 추진하려면 해당 자치구와 협조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두고 충돌이 벌어지면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

◆오세훈 리더십, 선택 기로 = 3면이 모두 막혀있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짧은 임기를 역으로 이용, 정면돌파를 택할 수 있다. 시의회가 조례를 명분으로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가로막으면 주민 지지를 등에 업고 일방적인 '선언'을 택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활용해 정부와 맞설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시민과 오 시장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되는 일은 없이 명분쌓기용 싸움만 되풀이 한다면 서울시는 온통 싸움판이 될 수 있다. 특히 내년 예산편성 과정은 말그대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예산을 깎으려는 의회와 자신과 야당에 유리한 예산을 집어넣으려는 시장의 충돌은 전례없는 사태를 낳을 수 있다.

오 시장측도 이같은 상황을 감지하고 있다. 의회나 기존 정책과 충돌이 불가피한 '1호 결재'를 하지 않고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시의회 방문을 택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원순 전 시장은 당선 후 집무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무상급식을 1호로 결재했다.

오 시장이 충돌이 아닌 협력의 리더십을 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싸움을 하는 것도, 협력을 시도하는 것도 전략의 하나지만 시민도 살고 본인도 살 수 있는 길은 협력형 리더십에 있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지금 가장 절박한 시민의 요구는 코로나 방역과 무너진 민생경제를 되살리는 일"이라며 "싸움만 하는 정치권, 무능한 정부에 지친 시민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원하며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설득과 타협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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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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