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기업들이 합병할 때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과 관련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발생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합병을 활용해 대주주의 지분 승계 등의 목적을 손쉽게 달성하는 반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있다. 더 늦기 전에 현행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합병비율을 큰 틀에서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두 자녀의 저금통이 가득 차 큰 새 저금통으로 합치기로 한다. 이것이 두 회사간의 합병이다. 두 저금통을 깨보니 첫째의 저금통에는 2만원, 둘째 저금통에는 1만원의 동전이 들어있다. 따라서 새 저금통에는 3만원어치의 동전이 들어갈 것이며, 그중 2만원은 첫째 몫, 1만원은 동생 몫이다. 2만원, 1만원이 각각 두 회사의 가치, 즉 합병가액이다.

이에 따라 합병비율은 2만원과 1만원의 비율인 1대 0.5가 된다. 이 예시에서 합병가액 또는 합병비율이 잘못됐다고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 간 합병에선 왜 항상 논란이 끊이지 않을까? 현금자산만 있는 저금통과 달리 회사는 가치평가가 쉽지 않은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자산가치는 미래 수익창출력에 의해 결정되지만 이는 결코 예측이 쉽지 않다. 따라서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회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상장사 합병 시 주가만이 유일한 기준

우리나라에서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주가가 회사 가치를 항상 잘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경영진이 광고선전비 또는 수주를 줄인다든지 하는 식의 방법으로 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현재 비상장사 합병에 적용되는 외부평가기관의 가치평가가 더 조작하기 쉽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의 문제는 어떤 방식이 더 우월하냐가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주가를 유일한 기준으로 하는 현행 법의 경직성에 있다.

미국에서도 많은 상장기업들이 합병할 때 주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지만 반드시 주가로만 합병가액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합병 당시 회사의 경영진들이 각 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가격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것이 이사의 중요한 의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장사 간 합병의 경우에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 및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주가만이 유일한 평가기준(주가에서 일부 할인 또는 할증만 허용)이다.

앞선 예에서 2만원이 들어있는 저금통의 지분 1%는 200원의 가치가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100원의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액주주가 저금통에 들어있는 2만원의 사용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못 가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저금통의 전체 가치는 응당 2만원이지만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100원의 가격을 기준으로 1만원에 합병가액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저금통의 주인 입장에선 엄청난 피해다.

법 개정 통해 주가 외 기준도 허용해야

합병은 주주의 지분거래인데 주주가 상장사 지분을 매매할 때 주가 기준으로만 매매하게 강제하는 법은 없다. 유독 합병의 경우에만 주가를 유일한 기준으로 강제한다. 따라서 현행 법을 개정해 주가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공정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