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내정간섭 평화 해쳐" 강력 반발 … '공동성명서 빠진 CVID' 북은 침묵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르며 후폭풍을 맞고 있다. 양 정상은 52년 만에 정상문서에 대만을 공식적으로 거론하면서 대중국 견제 노선에 뜻을 같이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두 정상은 공감했지만 북한이 강하게 거부감을 표시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는 문구에서 빠져 여지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견제, 북한에 대해서는 향후 협상을 위한 여지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정상회담 후 배포한 '새 시대를 위한 미일의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는 한국과의 3국 협력이 공동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았고, 스가 총리는 회견에서 "북한 대응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이 전례 없이 중요해졌다는 인식에서 일치했다"고 전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두 정상은 성명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미일 정상이 공동문서에 대만 문제를 명기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중국의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지역의 인권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표현도 명기했다.

아울러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포함한 협력을 계속키로 했고, 미국은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어 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대상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미일 양국 정상이 작심한 듯 중국견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의 공식 반응도 격앙됐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밤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입장문에서 이번 미일 정상의 성명에 대해 "중국의 내정을 거칠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한 뒤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물론 중일 영유권 분쟁지인 센카쿠 열도는 중국의 영토이고, 홍콩과 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미국과 일본은 입으로는 '자유와 개방'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소집단'을 만들어 뭉쳐 다닌다"며 "이것은 시대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고, 세계 대부분 국가의 평화추구·발전모색·협력촉진 기대와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은 내정 간섭과 중국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통해 국가의 주권, 안전, 개발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뿐만 아니라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과 일본 주재 중국대사관도 각각 미일 정상이 중국을 겨냥한 것에 대해 '핵심 이익'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이 격앙된 것과는 달리 북한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지 며칠이 지나도록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CVID라는 표현이 성명에서 빠진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아직 발표 전이고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CVID가 빠진 만큼 미국의 태도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일 수 있다.

실제로 일본총리관저 담당자는 공동선언에 CVID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관해 "미국 측이 재검토를 마칠 때까지는 확정적 표현을 피하고 싶은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뺐다"고 설명 했다.

비록 스가 총리는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대량 파괴 무기 및 온갖 사정(射程)의 탄도미사일의 CVID 커미트먼트(약속)을 요구하기로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설명했지만 공동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은 결국 미국의 뜻이 관철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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