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베리, 코백스 위해 1억원 기부… 세계 저명인사들 특허권 철회 주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특정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대재앙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유일한 해결책인 코로나 백신 확보과정에서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백신이 무기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저명인사들이 백신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동노력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르그가 2020년 3월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기후 파업'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위해 10만 유로(약 1억3000만원)를 WHO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툰베리의 기부금은 코백스가 백신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툰베리는 이날 WHO 화상 언론 브리핑에 참여해 "우리는 오늘날 전 세계 코로나19 싸움에서 존재하는 엄청난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단을 우리 손에 쥐고 있다"며 "(코백스는) 진정한 백신 형평성을 보장하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불평등이라는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툰베리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하도록 영감을 줬다"며 "백신 형평성에 대한 그의 강한 지지는 우리 세상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공평한 곳으로 만들려는 그의 헌신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팬데믹으로부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툰베리의 사례를 따르고 코백스를 지지하는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도록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뿐만 아니라 WHO 코로나19 긴급위원회는 국제 여행의 조건으로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놨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위원회는 백신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 및 방법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매우 적은 데다 백신 분배가 공평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백신접종 증명서)가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툰베리 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정치인들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전세계 저명인사 175명은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중단을 미국에 촉구했다.

특허권을 일시 중단해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을 우선 확보토록 하자는 제안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에 대해 특허권을 잠정적으로 효력 중지시키자는 제안은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제안했으며 이후 60개국 가까이가 이를 지지했다.

이는 백신 개발 제약사들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할 위험 없이 신흥국들이 자유롭게 코로나19 백신 복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전 세계 각국은 이미 자체 코로나19 복제약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특허권 문제로 그 어느 나라도 백신 복제약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100여명, 전직 정부 수반 70여명이 공동 서명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보낸 이 서한은 "WTO 특허권 잠정 중단이 이 팬데믹을 끝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처"라면서 "백신 노하우와 기술이 공개적으로 공유돼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전세계 백신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심각한 백신 공급 부족 사태를 초래하는 업계 독점 역시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공평한 백신 접근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회복도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WHO는 전 세계적으로 25세에서 59세 사이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걱정스러운 속도라며 이는 전염력이 더 높은 변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 되는 데 9개월, 200만명 되는 데 4개월이 걸렸지만 다시 300만명이 되는 데는 불과 3개월 밖에 안 걸린 것이 확산 속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우리는 전 연령대에서 높아지는 전염률을 보고 있다"며 특히 지난주 신규 확진자가 520만명 보고됐는데 이는 팬데믹 시작 이후 주간 기준 최대치라고 경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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