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 관리 사각지대 해소 수단

지난해 법 개정 … 내년 1월 1일 시행

행안부 퇴직자 낙하산 우려 한목소리

정부와 지자체가 '지방세조합'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 자치단체장을 대신해 지방세 체납처분을 할 수 있는 지자체 출자 조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개 이상 지자체에 분산돼 있는 체납자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관련 법 개정으로 설립근거도 마련됐다. 하지만 지자체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실제 조합 설립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세조합의 필요성은 지자체들이 2개 이상 분산된 고액체납자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우선 국세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됐다. 국세는 전국 체납액을 합산해 제재수단을 적용하는데 지방세는 개별 지자체 단위 체납액만 적용하는 한계가 있다. 지방세 체납에 따른 압류재산의 공매 등 체납처분 관련 행정도 전문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지자체간 편차가 크다. 이런 이유에서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세조합 3법(지방세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세징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시행은 조합 설립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내년 1월 1일로 1년 유예했다.

이 법으로 인해 지방세 사무 중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사무의 공동수행을 위해 지방세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지방세기본법) 또 이 조합에 고액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5000만원 이상), 신용정보회사 정보제공(500만원 이상), 명단공개(1000만원 이상) 권한과 압류재산 공매 대행권한도 주어진다.(지방세징수법) 시·도지사가 돌아가며 맡아오던 지방소비세 납입관리자로 지방세조합장도 가능해졌다.(지방세법) 이형석 의원은 "국세와 지방세는 모두 헌법에 규정된 조세로 체납에 대한 제재도 같은 체계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전국의 통합적인 조세 행정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세조합 설립에 대해 대부분 지자체들은 긍정적이다. 현재 지방세 체납자 현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실제 지난해 6월 4일 기준 전국의 지방세 체납현황을 보면 1000만원 이상 체납자 중 2개 이상 지자체에 체납이 있는 고액 분산체납자는 총 1만8317명이다. 고액체납자 3만9475명의 46.4%에 달한다. 2개 지자체에 체납한 체납자가 전체의 59.2%(4351억원)이고, 5개 이상 지자체에 체납한 체납자도 7.7%(1684억원)다.

이처럼 지방세 고액체납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지자체가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 2개 이상 지자체 분산 체납액을 합산할 때에만 제재기준을 넘는 경우다. 500만원 이상이 4879명, 1000만원 이상이 1953명, 3000만원 이상이 622명이다. 이들은 모두 2개 이상 지자체에 지방세 체납이 분산돼 있어 아무런 제재조치도 받지 않는다. 현재 체납액이 500만원 이상이면 신용정보 제공대상, 1000만원 이상이면 명단공개 대상, 3000만원 이상이면 출국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지자체 의견은 천차만별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체납 징수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조직"이라며 "업무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지방세연구원 기능과 업무를 결합해 논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 기관별로 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의뢰해오던 걸 지방세조합에서 대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38팀이 직접 체납관리를 하고 있고, 시·군들도 공매 시 권리분석 등을 하기 위해 임기제공무원을 채용했는데 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불복사건 대응을 공통 업무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 과세불복을 하는 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긴 뒤 이 판례를 근거로 다른 지역 재판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세조합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지자체도 있다. 우선 지방세조합 고위직 자리가 행안부 퇴직공무원들 차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자체들이 출자해 만든 한국지방행정공제회나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은 역대로 행안부 1급 퇴직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역시 지자체들이 결성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국장) 자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행안부 1·2급 퇴직자들 차지였다. 특히 이 조합이 장기적으로는 국세청에 상응하는 지방세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행안부의 조직확대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행안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며 "시·도, 시·군·구가 이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이제형 곽태영 방국진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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