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한글 역사·문화' 집대성

'한글 가온 종로' 책한권에 담아

경복궁 강녕전과 수정전, 조선 문종과 정의공주, 주시경과 호모 헐버트…. 공통점은 무엇일까? 서울 종로구 통인동과 광화문광장이 더해지면? '한글'이다.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침전과 훈민정음 창제를 도운 학자들의 공간인 집현전이 있던 전각, 한글을 뿌리내리게 한 왕실 구성원들과 한글을 빛낸 인물들이다. 통인동은 태조 이방원의 셋째 아들 이 도가 태어난 동네이고 광화문광장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종로구가 우리글 탄생부터 600년 가까운 성장·발전 과정을 책 한권에 담았다. 종로구와 한글의 인연을 집대성한 '한글 가온 종로'다.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종로구가 한글 역사·문화의 근간이라는 의미다.

김영종(왼쪽) 종로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주시경 마당을 둘러보며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한글 가온 종로'는 민선 5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韓)문화 자생력 강화 일환이다. 그간 한복 한옥 한지 한식 관련 사업에 더해 한글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0년 '한글 사랑 조례'를 제정했고 소식지 '종로사랑'에는 '우리말 바로알기' 항목을 개설, 매달 올바른 국어사랑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종로와 한글의 연관성을 찾는 학술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최근 발간한 '한글…'은 그 결과물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한글 역사의 한 가운데 있었던 종로구의 역할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고 연구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종로는 우리글이 태어나고 발전하는 중심에 있었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협업해 조성한 '한글가온길'에서 큰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신문로1가 한글가온길을 알리는 새김돌에서 시작해 한글학회와 '한글이야기 10마당 벽화', '귀의 성' '치악산' 등 한글 신소설을 공연으로 선보였던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 원각사 터까지가 첫 구역이다.

한글의 중시조라 일컬어지는 주시경 선생과 그에게 한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동지이자 최초의 한글 교과서 '사민필지'를 펴낸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2구역인 내수동 '주시경 마당'에서 만날 수 있다. 가까이 주시경 선생 집터도 있다.

가온길은 3구역 세종예술의 정원과 4구역 세종로공원, 5구역 광화문광장을 지나 마지막 구간인 세종대왕 생가터와 경복궁까지 이어진다. 동네 곳곳에 숨은 한글 관련 시설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금속으로 한글을 형상화한 조각을 품은 정원 '한글소리꽃', 가요 '광화문연가' 노랫말을 기둥에 새긴 가로등, 한글을 새긴 가로수 보호판 등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종로구 사이 경계가 모호해 사각지대도 생겼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새김돌에 그 사실이 빠져있다"며 "보도블록을 세종대왕 탄생지까지 연결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글가온길의 매력을 포함해 한글과 종로의 인연은 학술논문처럼 또는 관광안내책자처럼 6개 소제목으로 이어진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이 태어난 과정, 한글이 반포되고 보급된 장소, 한글운동의 태동과 일제강점기 시련, 한글을 빛낸 인물과 한글 명소 등이 담겨있다. 높은 이의 말을 피해가던 좁은 골목 '피맛골(종로1가)', 동지라는 연못이 있었다는 '연못골(연지동)', 돌다리가 있는 남쪽 마을 '돌다릿골(교남동)' 등 옛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종로구는 지역 내 도서관뿐 아니라 전국 공공도서관과 연구기관 등에 책자를 보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한글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한글의 위대함을 다시 새겼으면 한다"며 "한글에 이어 우리 소리와 놀이까지 한문화 자생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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