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자 상대로 대부업

피해자 합의금도 가로채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 팀장으로 근무하던 오 모 경위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패경찰 '투캅스'의 모습이었다. 구속수사를 할 수 있다며 피의자를 겁주며 돈을 뜯어냈고,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사람을 상대로 대부업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폭행사건 피의자에게는 피해자가 합의를 원한다며 합의금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와 사기 등으로 기소된 오 모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덧붙여 오씨에게 2429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3명에게는 벌금 150만~1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오씨는 2003년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2015년 2월부터 2020년 6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구속될 때까지 서울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해 왔다.

오씨에 대한 비위혐의가 포착되자 경찰은 수사를 벌여 오씨를 구속송치했다. 공소장에 드러난 오씨의 혐의는 비리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다.

오씨는 2020년 1월 산재사고로 크레인 기사가 사망하는 사건을 담당하면서 A씨에게 "예전에 수사를 했는데 업무상과실치사로 다 구속됐다"며 50만원을 받아 내기도 했다.

오씨는 2019년 9월 공사현장에서 인부가 감전돼 숨진 산업재해 사건을 수사하면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B씨에게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전기공사 관련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며 겁을 준 뒤 사건처리에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B씨에게 일을 맡긴 건물주 C씨에게서도 200만원을 받았다.

2019년 10월 D씨는 식당에서 퇴거불응죄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오씨에게 조사를 받던 D씨는 "제가 집행유예 기간이라 구속이 될 수 있다"며 "집행유예가 만료된 후 송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자 이에 응하면서 현금 170만원을 받았다.

오씨의 범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단순 폭행으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 E씨에게 오씨는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줘야 한다"고 중재를 섰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E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힌 바 있다. 오씨는 E씨를 속이고 합의금은 자신의 처남 통장으로 받아 가로챘다. 경찰 수사 결과 오씨는 E씨를 비롯해 3명에게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30만~50만원씩 받아 가로챘다.

오씨는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대부업까지 했다. 그는 관할지에서 유흥업을 하는 F씨를 찾아가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며 2000만원을 빌려주고 월 5%의 이자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오씨가 받은 이자 1680만원을 뇌물로 봤지만 재판부는 일부만 인정했다. 신 부장판사는 "오씨가 월 5%의 이자를 받았다고 볼 증명이 없다"며 "민법 소정의 연 5%를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판사는 "직무와 관련해 뇌물수수 및 사기 범행은 경찰 직무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된 점"과 "장기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별다른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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