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한국 웹만화 세계패권 다퉈"

네이버·카카오 북미시장 개척 주목

종이만화 고집 일본업계 문제점 지적

만화 대국인 일본이 한국의 웹툰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종이만화를 집착하다 자국의 만화산업이 세계적인 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배어난다. 디지털 혁신에 뒤쳐진 일본의 현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만화산업에도 몰아닥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망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한국의 웹만화(웹툰)가 세계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다"면서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자국 만화산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선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미국을 비롯한 북미시장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주목했다. 최근 네이버가 캐나다 업체를, 카카오가 미국에서 2개의 기업을 인수하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성장의 원동력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가로읽기 만화 '웹툰'의 플랫폼으로, 한국은 음악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기세가 눈에 띄지만 웹만화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되고 있다"고 했다.

신문은 한성숙 네이버 사장이 지난 4월 말 가진 행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작자와 이용자가 모이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하고, 이용자가 자유롭게 만화를 올리고 읽을 수 있는 이른바 '만화판 유튜브'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인 '라인망가' 등 10개 이상의 언어로 70만명이 넘는 만화가가 작품을 올리고 있고, 72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일본 자회사 픽코마

카카오의 진격도 평가했다. 일본 자회사 '픽코마'를 비롯해 최근 미국 등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영어권에도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 한국 플랫폼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 등 일부가 웹툰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식 웹툰이 손에 딱 들어오는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읽기 쉽게 배열한 점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신문은 "네모칸 배열이나 문자의 배치에서 자유도가 높고, 번역에도 적절하며, 웹만화의 표준을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뒤처진 배경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디지털화에 성공하지 못한 소극적인 정책을 지적했다. 지나치게 종이만화를 중심으로 자국시장에 집착하면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서는 고단샤, 슈에이샤 등 대형 출판사가 만화가를 육성해 주간지 등에 게재하고, 이를 다시 에니메이션화 또는 실사영화로 만드는 방식이 성공의 방정식으로 통했다"며 "1억2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일본시장에서 일정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것에 자족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 자본 제휴한 카도가와사의 야스모토 요이치 이사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가로읽기 만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웹툰 신작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에 의한 만화가 육성에 나서고 있다. 다만 종이만화에 뿌리를 둔 일본의 만화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선이다.

한편 일본 언론은 지난해 자국에서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이 최근 미국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점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극장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1999년 포켓몬 이후 22년 만에 흥행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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