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부분만 해소

대대적 개편 당분간 없을 듯

삼성그룹 등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당분간 현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연내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일반적인 분석과 다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건설부문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17일 재계와 증권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과 개정 세법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올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개정세법에 따라 2021년 말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하지 못하면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현대차그룹 총수일가의 경우 이로 인한 양도소득세 혜택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연내 지배구조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 분할·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을 하려면 통상 9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아직 구체적 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연내 지배구조 개편이 어려워졌다는 것이고, 나아가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지주회사를 설립·전환할 경우 다른 계열사 주식을 현물출자하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을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과세가 주식 처분 시까지 이연됐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35의3)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이연 기간의 이자상당액은 납부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 특례제도가 올해 연말로 끝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연내 지배구조개편을 완료하고 싶겠지만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대한 법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 정의선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규제대상이 되는 일감몰아주기 부분만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은 플랜B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가 지분 30% 이상 보유한 기업(상장사)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2022년 시행예정인 개정 법안은 규제대상을 지분 20% 이상 보유 기업으로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의 종합물류유통분야 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대상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정의선 회장이 23.29%, 정몽구 명예회장이 6.71%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30%에 달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려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 10%를 연내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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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김영숙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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