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만건 가까이 발의 … 처리율은 20% 밑

의원입법 10개 중 8개 '전자입법', 손 쉬워져

21대 국회들어 1년도 채 안됐지만 1만건 가까운 의원입법이 올라왔다. 전년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가파른 의원입법 증가가 '입법 과잉'으로 번지면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올라온 입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회동하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본회의 개의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시작한 지난해 5월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위원장 대안발의 제외)은 모두 9253건이었으며 이는 지난 20대 같은 기간에 나온 5975건에 비해 54.9%가 증가한 규모다.


의원 입법발의 건수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988년에 시작한 13대에서는 55건, 1992년에 당선된 14대에서는 50건이 1년 정도 만에 발의됐으나 1996년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된 15대(179건)부터 발동이 걸렸다. 16대에 352건으로 전년대비 96.6% 증가했고 17대와 18대엔 각각 1184건, 3785건으로 200%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19대엔 4232건으로 11.8% 늘며 증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20대엔 41.2% 늘어난 5975건을 발의했다.


의원들간의 입법전쟁은 다양한 이유에서 나오고 있다. 각종 시상과 당내 평가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이익단체, 지역구 등의 민원과도 연관돼 있다. 이러한 활동은 결국 차기 공천에도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원의 독촉은 보좌진들의 '발의 노하우'를 자극, 빠르게 많은 법안을 내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게 '전자 입법'이다. 전자 입법은 도입된 지 오래됐지만 처음에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방치되다가 지난 20대 국회 사법개혁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과정에서 전자입법이 주목받았다.

21대 국회들어서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단 한 건의 전자입법이 없었으나 8월에 3건이 나왔고 9월엔 145건에 달했다. 11월에 370건, 12월에 520건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전체 의원들이 제기한 법률안 중 전자입법시스템으로 이뤄진 비율이 이달에만 79.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8월 0.4%, 10월 32.9%에서 12월에 51.2%로 뛰어올랐고 올 2월에 66.0%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의원들이 내는 법안 10개 중 8개가 전자입법 방식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전자입법은 의원 10명이상에게 공동발의 제안을 하고 서명을 받는 과정과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제출하는 과정 등이 모두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방식을 말한다.

의원들은 SNS상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의안을 공유, 공동발의자를 섭외하고 섭외된 의원들을 상대로 온라인상에서 서명을 받게 된다.

과거와 같이 별도로 설명하거나 의원실 보좌진이 각 의원실을 찾아가 도장이나 서명을 받는 일이 사라져 법안 발의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몇 개의 법안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손쉬워졌다.

국회 사무처는 21대 들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서명을 하거나 서명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전자입법발의를 개선하기도 했다. 공동발의 서명 요청때 미리 생성한 그룹 내 의원들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공동발의 요청받은 법안을 정당별, 의원별로 필터링이나 정렬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나 이메일 등으로 선택적으로 서명요청 알림을 받거나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현실화시켰다.

모 여당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전자입법으로 하니까 입법이 활발해졌고 의원들 역시 SNS로 의안동의의사를 밝혀와 입법이 쉬워졌다"면서 "언론이나 단체, 당에서 입법 개수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의원실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쏟아지면서 의원들이 낸 법안 중 처리된 것은 16.9%에 지나지 않다. 의원들이 제대로 심사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국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21대 국회 1년 쏟아지는 법률"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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