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장기수익률 높이기 위한 투자 도우미 … 상품 변경 언제나 가능

금융투자업계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는 가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디폴트 옵션은 여러가지 이유로 방치되어있는 자산을 적격 투자상품에 투자해 기대수익을 높이고 근로자의 노후자산을 늘리기 위한 제도로, 오히려 투자자들이 선택권을 확대해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임금인상 못 미치는 수익률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해 노후자산을 마련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적격 연금 상품을 지정해 두고, 가입자가 일정기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적격 상품에 자동가입하게 되는 제도다. 이 경우 반드시 가입자의 의사 확인절차를 거쳐 사전에 지정해둔 적격 연금상품을 편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장기 자산운용의 어려움, 바쁜 생계, 무관심 등으로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의 도움을 받아 노후자산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 연금센터 상무는 "방치된 자산을 적격 투자상품에 투자해 기대수익을 높이고 근로자의 노후자산을 증식하는 게 디폴트 옵션 도입 목적"이라며 "수많은 투자상품들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돕는 것이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퇴직연금만으로 노후대비가 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20개국 중 디폴트 옵션 미 도입 나라는 우리나라, 에스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공화국 등 4곳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원리금 보장상품을 편입하도록 되어있다. 이 경우 적정 노후자산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최근 5년간 DC형 연평균 수익률은 1.64%에 그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말(221.2조원) 대비 34조3000억원 증가(15.5%)한 255조5000억원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연간수익률은 2.58%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85%, 2.56%다.

상품유형별로는 원리금보장형이 1.68%, 실적배당형은 10.67%로, 금리 인하, 주식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률 격차가 더 확대됐다.

◆노후자산 증식 위한 선택 확대 = 현재 국회에서는 디폴트 옵션 도입이 포함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고용노동부와 사전협의를 거쳐 지난 1월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과 지난 3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다. 그런데 디폴트옵션 적격상품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은행·보험업계가 실적배당형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에 따라 원리금보장형 상품 선택권도 디폴트 옵션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면 현재와 동일한 절차가 재차 반복되는 것으로 디폴트옵션 도입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1%대 금리의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자동 편입되게 되어있는데 이와 동일한 절차가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원금보장형을 선호하는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원금보장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강민호 금투협 연금지원부장은 "디폴트옵션은 좀 더 좋은 수익률을 원하는 가입자가 상품을 고르기 어려울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옵션'상품"이라며 "사전지정운용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호하는 가입자는 제도가 적용되기 전 원리금보장상품을 직접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부장은 "해외에서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보장상품을 편입한 사례는 일본뿐인데, 일본의 연평균 수익률은 2.31%에 그쳐 디폴트 옵션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호주 퇴직연금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재정위기를 겪으면서도 연평균 7.0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무 아닌 선택 = 금융투자업계는 디폴트옵션이 의무가 아니라 기존 DC에서 가입자의 선택지를 확대한 옵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증된 상품유형에 추가로 안정성을 갖춘 유형까지 포함해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한 것이다. 디폴트옵션 적용과 탈퇴, 적격 연금상품 종류 변경은 항상 가능하다. 강 부장은 "디폴트옵션은 DC형 가입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 쉽게 투자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연금 상품 종류 변경이 항상 가능하고, 수수료도 없다"며 "정부에서 지정한 적격 연금상품을 통해 장기 투자에 알맞은 펀드로 퇴직연금 수익률 전체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에서 지정한 적격상품은 타켓데이트펀드(TDF), 자산배분펀드, 가치펀드, 부동산인프라펀드, 랩어카운트 등 위험 및 수익관리가 가능한 상품을 통해 주로 투자되는 만큼 안정성도 비교적 높다. 퇴직연금에서 취급하는 모든 금융상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6대 판매규제 적용대상에 해당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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