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은 신설 단계부터 … 산재사고사망자 10명 중 8명이 영세·소규모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사고사망자는 882명으로 2019년보다 27명 늘었다.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81.0%(714명)가 사망했다. 산재사망자 줄이기는 민간 재해예방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산재사고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을 국내 최대 민간 재해예방기관인 대한산업안전협회(협회)를 통해 들었다. 1964년 설립된 협회는 우리나라 산업안전의 태동과 발전을 이끌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진단본부 직원이 금속가공 공정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 대한산업안전협회 제공


# 올해 1월 인천에 있는 건설폐기물 처리장에서 A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 청소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 조작실 B작업자의 조작버튼 오작동으로 컨베이어벨트와 기계부품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이 사업장은 1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가 882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1903명(5월 17일 기준, 질병관리청)과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숨진 이선호(23)씨 사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추락사고나 끼임사고와 같은 후진적 산재사고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후진적 산재사고'에도 차별이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5~49인 사업장에서 45.6%,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5.4%가 사망했다. 50~299인은 14.9%, 300인 이상은 4.2%였다. 50인 미만의 소규모·영세 사업장에서 산재사고 사망자의 81.0%가 발생했다.

◆ 50인 미만 대부분 산안법 적용 제외 = 산재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관련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도 높다. 게다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대부분의 조항들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돼 그 이하 소규모·영세 사업장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재일 대한산업안전협회(협회) 안전교육본부 본부장은 "기본 안전수칙을 전달·훈련하고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도 소규모 사업장은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산안법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사업주)를 선임하고 교육할 의무를 규정한다. 그러나 업종별로 '50인 이상' '100인 이상' '300인 이상' 등으로 구분돼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법적 의무도 없다.

이 본부장은 먼저 50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주의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소규모 사업장 사업주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매년 일정 시간 이상 실시한다면 산업재해는 분명 감소할 것이다."

5인 이하 신규 영세사업장에서 사고사망자의 35.4%가 발생하고 그 가운데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이 62.2%로 나타났다. 5인 미만의 신규 영세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이 본부장은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의 신설 사업장은 안전관련 법·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행정제재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산업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위험요인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영세 사업장의 경우 설립단계부터 사업주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면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뿌리내리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에 대해서 이 본부장은 "정부가 적립하고 있는 산재보험기금 등 공공재원을 적극 활용한다면 영세·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교육은 큰 부담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업장 규모 작을수록 공정안전관리(PSM) 등급도 낮아 = 2019년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연구보고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공정안전관리(PSM)가 부실한 M등급 사업장이 많다. 그 비율은 2009년 36.7%에서 2018년 52.3%로 오히려 더 늘었다.

산안법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위험물질의 누출 화재 폭발 등 중대산업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PSM 작성 및 제출 대상으로 명시한다.

고용부 등은 PSM에 대한 심사를 하고 이행 상태를 주기적으로 평가한다. 평가는 최고 등급인 P등급부터 S등급, M+등급, M-등급 순이다. 등급에 따라 고용부의 점검 횟수 등 관리·감독 방식에 차이를 둔다.

대표적인 PSM 대상 사업장으로 화학사업장을 꼽을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위험 화학사업장의 재해강도(사망자/사망자+부상자)는 0.206이다. 이는 제조사업장(0.019)과 건설현장(0.021)에 비해 9.8~10.8배 높다.

김영석 협회 안전진단본부 부장은 "PSM 사업장에서 서류·심사가 모두 종결된 후 최대 2년 만에 이행점검 및 평가를 받고 있어 그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공단의 현장심사 완료 이후 최초 이행점검·평가 이전 최소 6개월 동안은 공단 또는 외부전문가가 조기에 공정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도·조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전 최우선하는 문화 정착으로 = 산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안전문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안전문화에 대한 정의는 항공운수 철도수송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돼왔다. 세부적인 정의는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경영진으로부터 일반 종업원에 이르는 전원이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행동양식'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안전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산안법에 모든 안전 관련 규제사항을 담을 수 없고 산업·고용구조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창도 협회 사업총괄이사는 "산재 예방사업의 종착점은 안전문화"라며 "기업들은 안전이 최우선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경영성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인터뷰 │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저가경쟁이 안전시장 발전 막아"
산업안전 전문가 1000여명 활동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