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 미투운동에 대한 시각, 남녀 큰 차이

"기득권 강한 거부감 표출" … 남성 '소외감' 커

2030세대는 무엇을 원할까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려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서다.

20대 청년 초청 간담회 참석한 민주당 송영길 대표│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성년의날 기념 20대 청년 초청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문재인정부 임기 1년을 넘긴 2018년 12월 15~18일까지 2030세대인 청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한국경제의 공정성에 대해 청년의 85.8%가 '불공정하다'는 답을 내놨다. '공정하다'는 의견은 10.0%였다.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p, 스마트폰 웹조사 방식)


남성(82.8%)보다 여성(89.0%), 20대(83.4%)보다 30대(88.1%)가 더 불공정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단행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54.0%)는 시각이 공정하다(41.0%)는 평가보다 많았다.


리서치뷰는 "2030세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 한국경제 위기 시기에 성장했고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내면화된 세대"라며 "능력, 실적에 따라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업적주의적 가치관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엄격한 선발기준 등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정규직 일자리를 획득하거나 획득해야 할 세대의 시각에서는 비교적 덜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2030세대가 시장만능주의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 값을 잡는 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봤다. 일자리 문제에 대해 시장자율에 맡기라(31.1%)는 주문보다 정부 개입(63.3%)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시장자율(26.3%)보다는 정부 개입(70.7%)을 더 선호했다. 리서치뷰는 "2030세대는 사회연대를 통한 해법보다는 개인적 경쟁을 통한 해법을 더 선호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세습과 특권, 기득권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며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입장에서 보면 정부개입을 반대하는 시장만능주의 시각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했다.

◆"법·제도적으로 성차별 제거된 시기에 성장" = 젠더 분야를 보면 남성과 여성의 시각이 크게 갈린다. 숨겨진 폭탄인 셈이다.

여성차별에 대해 남성(68.4%)은 동의하지 않았고 여성(74.1%)은 동의했다. 미투운동에 대해서도 남성(52.1%)은 지지하지 않았지만 여성(72.0%)은 적극 지지했다. 리서치뷰가 2019년 5월 2~3일까지 19~39세 500명(95% 신뢰수준, ±4.4%p)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이 받아온 차별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남성(51.3%)의 공감도가 여성(84.8%)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남성의 비공감비율이 23.5%였고 '보통'이라는 답도 25.3%였다. '남성이 받아온 차별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엔 남성의 공감비율은 81.6%, 여성은 54.3%였다.

리서치뷰는 "2030세대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를 내건 1자녀 정책 시기에 출생해 법·제도적으로 성차별이 제거된 시기에 성장했다"며 "2030세대의 성장기는 경제위기와 저성장 시기에 남성 가계 부양자의 해고나 실업 등으로 인해 가부장제가 해체되던 시기였다"고 했다. 실제로 1990년에 재산상속 성차별조항이 폐지됐고 1991년에는 가족법에 이혼시 재산분할 청구권을 명시했다. 1995년엔 호주제가 폐지되고 2008년엔 의료법 태아성감별 고지 금지 규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성평등 정책과 가부장제 해체는 가족제도와 교육제도에서 2030세대가 비교적 동등한 대우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과거 세대가 남성 우월주의와 강한 가부장제 아래에서 성장한 것과 크게 구별되는 대목이다.

◆'병역의무의 형평성' 강조 = '양심적 병역거부 헌재 결정'에 대해 남성(63.2%)과 여성(63.2%)이 모두 부정적인 답을 더 많이 내놨고 '병역이행자에 대한 특별학점제 부여'에 대해서는 남성(77.0%)과 여성(65.5%) 모두 찬성 입장에 더 많이 섰다. 4050세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권문제'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2030세대는 '병역 의무의 형평성'으로 본다는 것을 시사한다. 징집제가 부유층 등 기득권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깔려있는 상황에서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되자 2030세대 남성 군필자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비양심적 병역이행자'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리서치뷰는 "남성우월주의와 강한 가부장제 아래서 성장한 4050세대에게 페미니즘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보적 이데올로기로 여겨졌지만 성평등 신장과 가부장제 해체 시기에 성장한 2030세대(특히 남성)에게 페미니즘은 노동시장 내부의 치열한 경쟁에서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남성을 공격하는 경쟁이데올로기로 간주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북안보분야에 대한 인식에서는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북한을 보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남북여자하키단일팀 구성 당시 입장을 보면 찬성(남성 52.8%, 여성 67.5%)의견이 우세했으나 반대의견(남성 44.1%, 여성 29.1%)도 만만치 않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2009~2016년 4차례의 핵실험, 2011년 김정은 권력승계와 숙청 등으로 2030세대는 북한을 후진국, 독재국, 핵무기개발국, 굶주리는 인민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강하게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문제도 민족간 평화협력 관점에서 한국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일방적 희생을 용인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소외감 느끼는 청년세대 치유책은 = 청년세대는 전반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2019년 1월 26~29일에 만 19세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세대 소외감 공감도'에 54%가 공감을 표했고 38%가 비공감한다고 답했다. 청년세대인 19~29세와 30~39세의 공감도는 모두 59%로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특히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이 66%, 65%의 공감도를 보였다. 이는 청년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년부 신설(59.0%), 청년국(과) 신설(54%)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또 궁극적으로 일자리, 주거 등의 기본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급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청년 343명중 27%와 20%가 각각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지목했다. 이어 휴식·여가(15%), 건강(12%), 보육·교육(12%) 등을 짚었다.

["2030세대를 말하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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