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5년 이후 구역지정 '전무'

걸림돌됐던 '주거정비지수' 폐지추진

서울시가 멈춰섰던 재개발 사업을 재개한다. 서울에는 2015년 이후 신규로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한 곳도 없다.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과 함께 주택공급 두 축인 재개발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서대문형무소 역사마당에서 열린 5.18 민주항쟁 41주년 서울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과 동시에 규제완화 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오늘 발표할 순 없지만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 정비될 것 같다"며 "다만 발표 시점은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 시장이 조만간 내놓겠다는 규제완화 대책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주거정비지수제는 그간 신규 재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재개발 신청구역의 노후도, 주택접도율, 단위면적당 호수밀도 등에 점수를 매겨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구역지정을 해주지 않는 제도다.

특히 도정법상 필수요건인 노후도에서 대부분 구역이 미끄러졌다. 30년 이상된 건물 수가 전체의 2/3 이상이어야 하고 동시에 연면적이 60%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재개발이 중단된 지역엔 빌라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새로 지어진 경우가 많다. 신규 주택들이 전체 노후도를 낮추는 바람에 구역지정이 되지 않고 이로 인해 재개발 사업을 시작할 수 없게 된다.

오 시장은 17일 간담회에서 "멀쩡하게 잘 가고 있는 뉴타운 사업 기준을 바꾸고 동의율을 손봐서 부자연스럽게 (재개발 구역이) 해체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며 재개발 걸림돌인 주거정비지수제를 손 볼 것임을 시사했다.
주거정비지수제 개정 혹은 폐지는 재개발구역 신규 지정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업계에선 막혀있던 재개발 사업이 풀리면 재건축 활성화와 함께 주택공급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오 시장은 자신의 임기가 5년간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2024년까지 재건축·재개발로만 24만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

재개발 활성화가 가져올 후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뉴타운 열풍으로 서올 곳곳이 파헤쳐지면서 주거 난민이 속출하고 철거용역과 주민 간 다툼으로 생명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 중단됐던 데는 수주를 둘러싼 건설업체간 무한경쟁으로 지역이 피폐화되고 주거 난민이 양산되는 문제가 심각했던 탓도 있다"며 "주택공급 효과만 계산하다 재개발 역효과를 방치하면 또다른 사회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이 재개발 활성화를 강조한 17일,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재건축 활성화를 주장했다.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7개 구(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구) 구청장들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긴급 정책현안 회의에 참석해 재건축 및 부동산 세제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구청장들은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재건축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목동 14개 단지 등 재건축 현안을 안고 있는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30년 이상된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주거 환경 부분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민심을 당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에서는 문재인정부 들어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까지 높인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정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가운데 구조안전성 비율을 30%로 줄이고 시설노후도와 주거환경에 가중치를 높여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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