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서 잇따라 추진

지지부진 대학유치 돌파구

지역공유대학이 지역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공유대학은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캠퍼스와 학사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지역공유대학이 거론되는 지역은 세종과 충남 내포(홍성·예산) 등 충청권이다. 충청권 4개 시도가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구축과 맞물려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 충남대와 한밭대, 충남 공주대 등 3개 대학은 최근 세종시 4-2생활권(집현동)에 공동캠퍼스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협약에서 △지역 혁신캠퍼스 모델(세종공유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중심 공동 학위제를 운영하며 △교육·학술·연구를 위한 공동개발 및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협력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세종공유대학은 기존 관념을 뛰어 넘는다. 이들 대학은 우선 각 대학에 흩어져 있는 AI와 ICT 관련 학과를 세종시 캠퍼스로 이전한다. 강의실 도서관 운동장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은 물론 학사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운영한다. 전공수업은 물론 1학년 때 주로 하는 교양수업도 3개 대학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식이다. 입학은 따로 하지만 공유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졸업 때 공동학위를 받는다. 사실상 한 대학처럼 운영한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교육부와 대전·세종·충남 3개 시도는 최근 또 다른 유형의 공유대학을 제시했다. 모빌리티 중심의 지역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공동캠퍼스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시는 모빌리티 연구개발(R&D), 충남도는 모빌리티 제조, 세종시는 모빌리티 실증 서비스 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는다. 대학도 충남대가 모빌리티 ICT 중심대학을, 공주대가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중심대학을 각각 맡으며 충청권 24개 대학이 함께 한다.

이들은 세종과 충남 내포에 공동캠퍼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교육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각각의 대학에 있다가 주말이나 1주일에 1∼2일 정도를 공동캠퍼스에서 교육받는 방식이 유력한데 세종공유대학과 다른 점이다. 고가의 장비 등이 필요한 실험·실습 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주대 관계자는 "2개의 공유대학 모두 큰 가닥만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실험적인 모델인 만큼 세부적인 사안은 대학간, 지자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당초 지역공유대학 아이디어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철청(행복청)과 세종시가 행복도시를 건설하며 시작했다. 부지가 한정돼 있는 만큼 공동캠퍼스를 운영하자는 취지가 강했다.

지자체 입장에서 대학은 단순히 사람을 모으는 기관의 의미를 넘는다. 시대변화에 맞게 지역의 산업 등을 혁신하는 데 앞장서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세종시의 대학유치는 결코 쉽지 않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신설이나 확대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충남 내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2년 충남도청을 이전한 후 대학유치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모빌리티 지역공유대학(DSC공유대학) 공동캠퍼스는 지역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관련 용역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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