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발 공천자격시험에 "인재발탁 공정기회 될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천자격시험'에 대한 찬반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실시한 이철우 경북지사의 공천실험이 새삼 눈길을 끈다.

이 같은 공천실험은 10여년전 지방선거에서 이미 시행된 적이 있다.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이철우 경북지사는 2010년 김천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천신청자를 대상으로 공천고시로 불려졌던 필기시험을 제시했다. 국회의원 측근이나 지방토호를 공천했던 관행을 깨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또한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해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고질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철우 지사는 당시 시의원선거 출마자에 대한 공천권을 공천추천위원회에 전적으로 일임했다. 공천시험은 2010년 3월 26일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공천신청자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체 시의원 공천신청자 30명 가운데 서류전형과 면접심사를 통과한 후보들이다.

시험문제는 변호사인 김용대 공천위원장이 '화이트 보드'에 직접 적어 공개했다.

공직 후보자로서 논리력과 지역적 현안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혁신도시의 의의와 추진이유(30점),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수정안 요지와 찬성여부 설명(30점), △현행 정당공천 지방선거제도에 관한 개선책(20점), △시의원이 되면 제시할 정책적 대안(20점)등이 출제됐다.

'혁신도시의 의의'는 한자로 적었다. 이 때문에 한자를 읽지 못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후보도 있었고 일부는 시험장 밖으로 나가 외부에 전화를 하다 '커닝'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공천고시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신선하고 참신한 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방식'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으나 '엉뚱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시험으로 이철우 전 의원측이 난처한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불과 2년전 국회의원 선거 때 도왔던 '일등공신'들이 떨어져 항의가 거셌기 때문이다.

한강수 당시 이철우의원 사무실 사무국장은 "지명공천의 폐단을 개선하고 공직후보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자격을 확인하기 위한 필기시험이었는데 탈락후보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으로 홍역도 치렀다"며 "최근 30대 국민의힘 대표가 공천자격시험을 실시한다고 하니 옛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이철우 지사는 "공천권을 포기하고 공천위원장의 아이디어로 필기시험을 보게 됐다"며 "부작용이 없을 수 없겠지만 공정경쟁을 통해 젊고 참신한 2030세대에게 정치권에 진입할 길을 터주자는 취지라면 이준석 대표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공천 자격시험 논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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