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6월말까지 후보추천 합의했지만 변협 후보 압축 놓고 줄다리기

3명 후보 추천해도 지명·검증·업무준비 고려하면 내년에야 본격활동

'1개월내 임명' 특별감찰관법 위반, 문재인정부 4년째 위법상태 지속

6월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특별감찰관 후보 선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의 후보 지명, 인사청문회, 직원 구성, 감찰 준비작업 등을 고려하면 특별감찰관이 임명되더라도 문재인정부에서 활동하기보다는 차기 대통령 측근을 감찰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3년 임기가 보장된 특별감찰관을 지명한 대통령은 감찰대상에서 벗어나고 차기 대통령과 측근을 주로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12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한변협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한 명으로 줄여야 하는데 여야가 좀 생각이 달라서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아직 자신들이 추천하는 후보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회동하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7월 임시국회 의사 일정 논의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두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말까지 특별감찰관 후보추천을 마무리짓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특별감찰관 후보는 여야 각 1명씩, 대한변협 1명 등 3명으로 구성, 제안하면 이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게 된다. 추 수석은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를 추천하는 데에 큰 장애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조만간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 임기 초 "법에 따른 감시 회피 말아야" = 하지만 후보추천이 빠르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4일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를 6월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이 지금까지 특별감찰관을 '국회가 추천해달라'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한 게 4번이나 있었다"며 "대통령이 (임명)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 국회가 여야 협의를 통해서 3명을 추천해주는 게 있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이 문제를 조속하게 협의해달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도 했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후보추천에 마지못해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7일에 대변인을 통해 "현재 공석중인 특별 감찰관의 임명 의사를 천명하고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은 법률상 기구로 이를 적정하게 운영할 의무가 있고, 대통령 친인척 비위 감찰이라는 기능에 독자성이 있으므로 공석중인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진행하고 그 기능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법에 따라 정해진 특별감찰관의 대통령 및 친족, 핵심 참모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함으로써 본인을 포함한 청와대의 투명성을 상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통과에 전력하던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어차피 공수처에서 특별감찰관 역할까지 맞게 된다'는 취지로 특별감찰관 후보추천에 미온적이었다.

2019년 2월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공수처는 특별감찰관, 상설특검 보다 훨씬 강력하게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사정기구"라면서 "사전 예방과 사후 엄벌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인 나와 내 주변부터 공수처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공수처법이 통과돼 공수처가 생긴 이후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적극적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문 대통령 임기말에 가까워지면서 야당의 요구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 지명, 임명해 차기 대통령과 측근 감시 = 특별감찰관이 현 정부에서 본격 활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중에 3명의 후보가 추천된다하더라도 대통령이 검증과정까지 거쳐 이중 한 명을 지명해야 하며 이후엔 국회 검증과정인 인사청문회가 치러질 전망이다.

이석수 첫 특별감찰관 인사청문회는 당시 야당이면서 특별감찰관제도를 지지했던 민주당의 지원 아래 곧바로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는 등 손쉽게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지명될 가능성이 많은 여당 추천 후보에 대해 국민의힘이 우호적으로 대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되더라도 1명의 특별감찰관보와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 20명 이내의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파견공무원 등으로 업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에도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15년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국정감사장에서 "출범 6개월간 한 게 없다"는 야당의 지적에 "190명인 감찰대상 명단을 만드는 데 3개월 정도 걸렸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족 161명과 전·현직 수석비서관 이상급 29명 등 190명에 대한 기초조사부터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4년여 동안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 사실상 처음부터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격 가동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달 안에 후보추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4~6개월 정도는 '준비기간'으로 허비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은 2대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별감찰관의 시선에서 임기 내내 비껴나 있는 셈이다. 대선은 내년 3월, 문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5월 9일 자정까지다.

특별감찰관법은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9월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퇴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도 이 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4년 9개월 가까운 시간동안 위법상태에 놓여 있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해에 뒤늦게 지명, 임명한 특별감찰관은 아이러니하게 문 대통령과 측근을 제외한 채 차기 대통령과 측근을 주요 감찰대상으로 삼게 될 전망이다.

최근 특별감찰관법 개정안을 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감찰관이 현 정부 들어와 4년째 공석인 상황에서 조국 수석 사건, 청와대 대변인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많은 비위행위가 있었다"면서 "그 중 상당수는 특별감찰관이 임명되고 특별감찰관법이 제대로 작동만 했어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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