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강도, 성폭력 가해자 국민 세금으로 지원" … "제대로 변호할지 의문"

법무부가 법조계 논란속에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법정형 3년 이상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13일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와 재판과정에서 국선변호인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음에도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법무부의 '보여주기식' 예산낭비라는 것이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정부,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추진│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추진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법률구조는 부당" = 개정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70세 이상 노령층, 청각장애인,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을 경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한 경우 피의자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부유한 중범죄자도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혈세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인 황귀빈 변호사는 14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구조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이라며 "예산부족으로 피해자 국선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식 정책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한규 변호사는 "강도, 성폭력, 살인 사건 등 중범죄가 발생했는데 가해자들을 국가 세금으로 지원한 변호인이 변호한다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성폭력이나 강도를 저지르다 다친 중범죄자에 대해서 병원진료도 무료로 해 줄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단계의 초동 수사 대응 중요성이 강화돼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는 적절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조기에 수사를 종결하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지원을 받는 변호인이 제대로 변호를 할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사를 정부의 손과 발로 간주" =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법무부가 지도·감독하기 때문에 '운영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많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제도 운영 주체가 되면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공단을 법률구조법인 자격으로 설립하고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산 편성과 집행 등을 지도·감독한다. 아울러 법원,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각각 3명,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에게서 각각 1명씩의 이사를 추천받아 이사회를 구성한다.

황 변호사는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주도해 운영하겠다는 것은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는 독립된 지위에서 검찰과 긴장관계를 이루며 변호하는 것이 제도 취지인데, 입법 예고대로라면 이해충돌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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