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해수부· 금감원장 … 청와대 비서관 등 줄줄이 '공석'

높아진 검증 기준에 중간 '탈락' … "인사 제도 개편 필요"

임기말 문재인정부가 구인난에 빠졌다. 감사원장, 해양수산부장관, 금융감독원장 등 인사 수요가 적지 않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감사원장의 경우 최재형 전 원장이 대선 도전을 위해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후임 인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문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투표까지 거쳐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기간 공백이 불가피하다.

해양수산부 장관은 박준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뒤 교체도 유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결국 현 문성혁 장관이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문 대통령이 인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사람을 못 구해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되는 셈이다.

구인난을 겪으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장기간 근무한 장관들의 교체설은 쏙 들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장은 임기 만료로 윤석헌 전 원장이 물러난 이후 석 달 가까이 공석이다. 인사청문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후보군이 없지는 않지만 검증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조차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이달 초 검찰이 기소하자 사의를 밝혔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한달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기표 전 비서관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사실상 경질되면서 공석이 된 반부패비서관은 한 달 넘게 비어있다. 청와대는 조만간 두 비서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데 외부에서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내부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가 지연되는 것은 코로나 4차 대유행 등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린 탓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권 말 혹독한 검증을 받아가며 공직을 맡으려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권 말 공직을 맡기 위해 인사청문회에서 망신을 당할 각오를 하고 나서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나름 사람도 찾고 검증도 하고는 있지만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임명 3개월여 만에 재산 문제로 경질되면서 강하게 질타를 받았던 청와대 인사라인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인사청문회 등 인사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와 같은 제도에선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앞두고 인사청문회 개선 적기" 로 이어짐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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