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및 법인계좌 관리·추적 허술

지방은행 난립, 시스템 투자 미비

일본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로부터 중점관리대상 국가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서 개설한 계좌를 이용해 자금세탁을 한 후 테러조직이나 범죄수익을 노린 단체,개인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일본의 금융기관이 자금세탁 방지 대책과 관련해 계좌를 개설해 준 이후에도 구멍이 많다"면서 "FATF가 8월에 발표하는 일본 관련 심사결과 보고서에서 사실상 불합격을 의미하는 중점관리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자금세탁 위험국가로 평가받는 데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지방은행의 난립이 꼽힌다. 일본은 미쓰비시UFJ은행과 같이 수천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산을 갖고 있는 거대 은행이 있는 반면, 지금도 100여개 안팎의 지방은행과 그 보다 더 많은 지역내 금고가 난립한다. 이에 따라 도쿄에 있는 거대 은행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들여 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2018년 지방은행인 에히메은행에서 인출한 5억엔이 넘는 자금이 홍콩을 경유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사건이 일어나는 등 자금세탁의 관리와 추적에 구멍이 나기도 했다. 일본 금융청이 2019년부터 계좌를 개설할 때보다 엄격한 본인 확인 절차와 계좌의 용도에 대한 충분한 소명, 집이나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은행 지점에서 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신문은 "부정한 거래 등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 금융기관은 메이저 은행에 비해 리스크 관리체제가 허술한 경향이 있다"면서 "수십억엔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전문 부서와 인력을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본 지방은행협회는 올해 초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공동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국과 같은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허술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전산화가 더딘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일본은 고유한 '마이넘버'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카드로 만들어 사용하는 국민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과 운전면허증, 은행계좌 등 기관마다 개인정보가 별도로 관리되고, 상호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전산화도 미약하다는 평가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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