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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지뢰피해 6428명, 행안부 '나몰라라' … "국제기준(IMAS) 도입해야"

행안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진행"

국방부 "국제기준 도입, 지뢰지대 해제"

등록 : 2021-07-30 12:45:36

"국내 지뢰지대 면적은 128㎢, 군사적 목적이 사라진 후방지역 지뢰지대는 0.27㎢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방부가 지난 20년 동안 224억원을 들여 해제한 지뢰지대는 단 한곳도 없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의 말이다.

미확인지뢰지대 주변에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도 없이 안내 현수막만 걸려 있다. 여기처럼 현수막조차 잘 안 보이는 곳들도 많다. 사진 남준기 기자


배 팀장은 "지뢰 문제에 대해 국제기준을 도입한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지뢰지대 전체면적 128㎢보다 넓은 면적 130㎢를 2019년 한해 동안 해제해 국민에게 돌려주었다"며 "최근 한강하구 장항갯벌 활동가 다리절단 등 지금까지 6428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군 단독의 편협된 지뢰제거사업을 하고 있다"며 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62%가 어린이 청소년 =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지뢰·불발탄 피해자는 6428명(평화나눔회, 2021년 6월 집계)에 이른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이하의 어린이가 43.7%, 청소년 피해자까지 포함하면 62.9%를 차지한다.

이지수 녹색연합 DMZ 담당 활동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다 되어가지만 국가의 무관심과 무능한 정책으로 지뢰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방부는 최근 국제기준을 무시한 지뢰제거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행정안전부의 무관심과 책임회피"라고 비판했다.

국제표준에서 '지뢰제거'는 '지뢰행동'(Mine Action)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지뢰행동은 폭발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영향을 감소시키는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

지뢰행동(Mine Action)은 직접적인 지뢰제거 전에 비기술조사(NTS)를 통해 △토지해제 △기술조사 △위험지역 확정 세 분류로 다음 절차를 결정하며, 기술조사(TS)를 통해 △토지해제 △위험지역 확정 두 분류로 다음 절차를 결정한다.

국방부는 2001년 후방지역 30여곳의 지뢰지역을 '군사적 목적이 사라진 곳'으로 선언하고 지뢰제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224억원을 쏟아붓고도 단 한곳의 지뢰지대도 해제하지 못했다.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을 상실했다고 선언한 후방지역의 지뢰지대는 0.27㎢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군은 최근 10년간 막대한 예산으로 3700여발의 지뢰를 제거했을 뿐이다. 지뢰제거에 들어간 예산은 1발당 600만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지뢰오염국인 캄보디아는 국제지뢰제거행동지침인 'IMAS'(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에 따라 지뢰와 불발탄 제거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 한해에만 1만5808개 지뢰와 5만5306개 불발탄을 제거하고 130㎢의 토지를 지뢰·불발탄지대에서 해제했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군은 이런 역량을 못 갖추고 있고 지뢰제거에 전적인 자원을 투입할 여력도 없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및 국제 NGO 등 지뢰오염 토지해제 프로세스 관련 전문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36곳의 후방지역 미확인 지뢰지대는 일상 생활권과 매우 가깝다. 거주지역으로부터 1km 이내에 지뢰지대가 21곳(58.3%), 하천으로부터 1km 이내에 있는 지뢰지대는 14곳(38.9%)이다.

2020년 한해만 305발의 지뢰가 유실됐다. 하천이나 계곡 등으로 유입될 경우 지뢰지대 반경은 훨씬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매년 지뢰 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2020년 한해만 305발 지뢰 유실 = 1984년 김포 장릉산에서는 폭우에 의한 토사 유실로 지뢰가 폭발하면서 다른 지뢰까지 연쇄 폭발해 큰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6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중 14명이 사망했다.

부산 중리산에서는 1987년 소방관이 지뢰사고로 발목 부상을 당했고, 1996년에는 산불로 인해 지뢰 10여개가 연쇄폭발해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96년 서울 우면산에서 산나물 채취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시민이 부상당하는 사고도 있었다.

2010년 이후로 30여명의 민간인이 지뢰·불발탄 사고를 당했다. 2020년에는 김포대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낚시 도중 폭발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같은해 수해복구 중 부사관이 발목 부상을 당했고 지뢰제거작전 중 병사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6월에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장항습지에서 정화작업을 하던 50대 시민단체 활동가가 지뢰사고로 한쪽다리 무릎 아래를 잃었다.

◆국방부 미적미적, 행안부는 뒷전 = 여기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법률(안)은 국제기준인 IMAS를 적용하기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소관부처와 법안 내용이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뢰제거작전을 실시한 지역의 지뢰지대 해제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어, 지뢰제거 후 해제를 못하고 있다"며 "지뢰제거법률(안)이 제정되면 국제기준에 따른 절차와 방법에 따라 검증 후 해제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방부 소관 업무라 행안부와 직접 연관은 없다"며 "다만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뢰 문제를 행안부 소관으로 하는 법률안도 발의될 예정이다. 설 훈(더불어민주당·국방위 소속) 의원이 발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준기 김신일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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