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상 의원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 발의

"'깜깜이 판결문'이 사법불신 키워"

민사소송법의 특례를 규정한 소액사건심판법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29일 민사소송에서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소액사건도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소액사건심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국회입법조사처 박준모 정치행정조사실 법제사법팀장은 27일 '소액사건 제도의 운영 현황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소액사건심판은 이유불기재와 상고 제한으로 국민의 상급심 법원에 대한 접근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 점,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소액사건 범위가 넓은 점 등을 고려하면 소액사건심판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액사건심판법'은 1심 법원에서 소액 사건을 보다 간이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다. '소액사건심판 규칙'은 소액사건의 범위를 '소송목적의 값이 3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의 민사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2020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도에 접수된 제1심 민사본안사건을 합의·단독·소액사건으로 구분할 때, 소액사건은 총 94만9603건 중 68만1576건이 접수 돼 그 비율이 71.8%에 이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행법 제11조의2 제3항은 "판결서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실무에서 일반적으로 판결이유 기재를 생략하고 있다. 최 의원은 "실제로 양수금, 대여금, 구상금, 임금 등 우리 국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사건들이 소액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3000만원은 일반 시민 입장에서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판결이유를 생략해 당사자가 패소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당사자가 왜 소송에서 패소했는지를 납득할 수 없도록 해 사법불신만 키운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박 사법팀장은 현행 소액사건심판법이 당사자의 불복할 권리를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도록 해, 당사자가 불복을 검토하거나 상급법원이 원심법원의 재판에 대한 당부를 심판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깜깜이 판결문은 당사자가 항소이유서를 작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고, 항소심 재판부의 심리를 곤혼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은 판결서에 '청구를 특정함에 필요한 사항과 상계를 주장한 청구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표시하되,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피고가 청구 원인 사실을 모두 자백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따로 항변하지 않는 경우, 당사자가 변론에서 상대방 주장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는 경우, 당사자 및 소송대리인이 변론기일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는 경우, 변론없이 청구 기각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판결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최 의원은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됐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것"이라며 "더욱 실효성 있는 국민의 권리구제와 사법 신뢰 향상을 위해 소액사건의 판결서 이유 기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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