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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후변화로 바뀌는 경작지, 승자와 패자는?

이코노미스트지 "북반구 부유한 국가들은 혜택 … 저소득 곡물생산국은 큰 피해 예상"

등록 : 2021-08-30 11:29:48

캐나다 중심부 매니토바주는 10여년 전만 해도 밀이나 완두류, 카놀라 등 아한대 기후에 잘 자라는 작물의 생산지였다. 수익성 높은 옥수수와 대두 등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이젠 크게 달라졌다. 5300㎢ 이상의 평지에 대두가, 1500㎢ 이상 평지에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본필드 파이낸셜'은 매니토바주 등지에서 농지를 사들인 뒤 농부들에게 임대해 이익을 올리는 기업이다. 기후변화로 캐나다 농업지도가 바뀌면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전통작물보다 수익 높은 작물을 재배하는 게 가능해지면서다. 이같은 투자를 하는 기업이 본필드뿐만은 아니다. 기후변화는 한때 불모지였거나 비생산적이었던 토지를 비옥한 땅으로 바꾸고 있다. 반면 현재까지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던 지역에겐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에 따르면 1700년 이후 전세계 농경지와 목초지는 5배 늘었다. 대부분의 증가는 20세기 중반 이전에 이뤄졌다. 1960년대부터는 화학비료의 보급과 곡물 품종의 진화, 관개시설 확충, 제초제와 농기계 발전 등으로 기존 경작지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최근 수십년 간은 유전자편집, 데이터분석 등과 같은 기술 덕분에 수확량이 늘었다.

20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가속화된 지구촌 온도상승으로 농업생산성 향상이 둔화됐다. 하지만 중단되진 않았다. 미국 코넬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71년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농업생산성이 약 1/5 둔화됐다.

코넬대 연구진 중 한 명인 아리엘 오리츠-보베아는 "기후변화로 인한 역풍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연구결과 기온이 오르면서 농업생산성 민감성도 함께 증가했다"고 말했다. 즉 지구온도가 균질하게 조금씩 오른다고 해도, 식량생산에 가해지는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열대지역에 속한 식량 생산국들에겐 특히 나쁜 소식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지구촌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옥수수 수확량은 7.4%씩, 밀 수확량은 6%씩, 쌀 수확량은 3.2%씩 감소한다. 이 3가지 작물은 인간이 섭취하는 총 칼로리의 2/3를 공급한다.

온도 1℃ 오를 때마다 옥수수 7.4% 감소

향후 수십년 동안 지구촌 인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건강계량·평가연구소'(IHME)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인구는 현재 78억명에서 2064년 97억명으로 늘어난다. 개발도상국이 점차 늘어나고 이들 국가 내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더 많은 식량, 더 다양한 식단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구온난화가 농경지에 가하는 변화의 중요성은 커진다. 열대지역이 확대되면서 아열대지역의 강우 패턴을 바꾸게 된다. 특히 극지방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고위도 지역의 동토지대가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다. 북미와 중국의 고위도 지대는 지구촌 평균보다 최소 2배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경험이 증명하듯, 과거엔 보기 힘들었던 농작물들이 고위도 지대 또는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년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진들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73~2012년 40년 동안 농부들이 어떤 작물을 심을지에 대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서 천수답 농작물들의 분포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옥수수 생산은 미국 동남부에서 중서부 위쪽 지역으로 확산했다. 밀 생산지는 북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새로운 관개법의 도움도 컸다. 밀은 온난화 흐름을 앞질렀다. 오늘날 미국에서 밀이 재배되는 지역 중 가장 더운 곳이 1975년 재배 지역의 가장 더운 곳보다 서늘한 상황이다.

대두는 동물사료로 쓰이는 총 단백질의 65%를 차지한다. 대두의 경작은 북쪽과 남쪽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품종이 등장하고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면서 열대지역으로 생산이 확대됐다. 중국의 쌀 경작지는 1949년 이후 계속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조용 포도와 과일작물 역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본필드 파이낸셜의 CEO 톰 아이젠하우어는 "투자자들이 점차 캐나다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직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투자기업 '웨스트체스터'의 마틴 데이비스는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캐나다에서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투자하는 기업들

농업이 불가능한 토지를 상대로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이 있다.

현재 전세계 아한대 지역의 1/3에서만 귀리나 보리와 같은 단단한 곡물을 재배할 수 있다. 아한대는 북극권 한계선 남쪽의 광대한 영역을 포괄하며 침엽수림이 많다는 특징을 가진 생물군계다.

2018년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한대 경작지 비중은 2099년 전체의 3/4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업이 가능한 아한대 지대의 비중은 스웨덴의 경우 8%에서 41%로, 핀란드에선 51%에서 83%로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지역에 농사를 지으려는 시도들은 아한대 침엽수림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에겐 경악할 일이다. 삼림을 줄여 토양을 일구려 한다면 탄소배출량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기후적 영향은 보기처럼 단순하지 않다. 아한대 삼림은 농지보다 태양에서 나온 열을 더 많이 흡수한다. 눈 덮인 농지는 빛을 다시 대기로 반사하지만 숲에 내리는 눈은 나무 아래에 쌓인다. 때문에 빛을 직접적으로 반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한대 숲을 벌목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상호작용, 숲에 사는 사람들, 특히 토착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일부 국가는 기후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를 긍정적으로 여겨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기온상승으로 러시아인의 두터운 털옷을 사는 데 돈을 덜 쓰게 될 것이며 나라 전체적으로 보다 많은 곡물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러시아정부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행동 계획'에서 농업 확대 등 온난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했다. 러시아가 2015년 이후 전세계 최대 밀 생산국가가 된 것도 온도상승 덕분이었다.

러시아정부는 극동지역 수천㎢의 땅을 중국과 한국 일본 투자자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극동지역 대부분은 과거 농업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두를 재배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대두 대부분은 중국이 수입한다. 중국은 러시아산 대두를 수입하면서 미국산 대두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 러시아 농업 부장관인 세르게이 레빈은 "극동지역 농지에서 산출하는 대두 수출액이 2024년 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 수출액의 5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캐나다 극동지역 주도인 '뉴펀들랜드 앤드 래브라도'의 지방정부 역시 숲으로 덮인 토지에서 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온도상승과 더불어 인류가 대기에 가하는 또 다른 변화가 식량생산 확대 프로젝트를 촉진시킨다. 이산화탄소는 단순한 온실가스가 아니다. 생물광합성을 위한 원료이기도 하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성장이 빨라진다. 지난 세기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식물들이 더 잘 자라게 됐다. 이런 효과는 수확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이득만 있는 건 아니다. 수확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영양가까지 덩달아 높아지는 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는 강우의 패턴을 바꾸게 된다. 이는 아한대 기후에서 경작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경작에 적당한 온화한 기후로 바뀌는 많은 지역들이 결국 물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기후대의 지역에선 너무 많은 물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건 농작물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에 사라지는 해충과 병원균 역시 온화한 기후에 빠르게 확산한다. 토양 역시 중요하다. 경작에 적합한 최고 품질의 토양은 북쪽의 고위도 지역이 아니라 낮은 위도에 풍부하다.

혜택은 적고 피해는 커져

온도상승으로 확대되는 일부 신흥 농지는 기존 농업체계 인근에 있어 비용 측면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시베리아 지역처럼 먼 극지를 경작지로 변모시키는 일은 큰 비용을 요한다. 변경지역 농업을 위해선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용해 이주시켜야 한다. 북반구 부유한 국가들에겐 썩 내키지 않는 아이디어다.

아한대 지대로 농지를 확대하는 일은 기후변화가 농업에 가하는 피해를 일부 완화시키는 방법이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혜택을 입게 될 국가들은 대개 이미 부유한 나라들이다. 농작물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가난한 국가들은 지금보다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식량이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지고 이용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면, 훨씬 광범위한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농작물이 더 따뜻한 기온을 견딜 수 있도록 작물육종법을 개발하거나 관개법을 확대하고 이상기후에 대한 보호방법을 마련하는 등이다. 하지만 부유하거나 가난한 나라들 모두 버려지는 식량의 양을 줄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UN식량농업기구 추산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총식량 1/3 이상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만약 아한대 지역으로 경작지를 확대하는 대안이 급속도로 현실화되는 세상은 지금 또는 과거보다 더 굶주리고 더 불평등한 세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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