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긋닛,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큰 전환'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만나

11일 토요일 오후,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에스팩토리 A동과 D동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독자들은 질서 있게 줄을 서고 입구에서 QR코드를 이용해 문진표를 작성해 제출한 후, QR코드 등으로 본인 인증을 한 다음 입장했다. 자신이 원하는 전시와 강연, 세미나, 출판사 부스를 찾는 이들은 저마다 설레는 모습이었다.
11일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정세랑 작가 주제 강연. 사진 이의종


◆환경·채식·동물권에 대해 = 이날 가장 인기가 있던 강연 중 하나는 오후 3시 에스팩토리 D동 책마당에서 열린 정세랑 작가의 주제 강연 '긋닛,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큰 전환'이었다. 정 작가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보건교사 안은영'의 저자로 '시선으로부터,' '목소리를 드릴게요' '피프티 피플' '지구에서 한아뿐' 등으로 젊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예매를 한 독자들은 강연이 시작되기 30여분 전부터 줄을 서 강연을 기다렸다. 주로 20~30대 독자들이 많은 편이었다.

정 작가의 강연은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도서전 주제인 '긋닛'에서 시작해 '내 삶의 전환을 가져온 사건·사람·책'에 대해 얘기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날 대화는 주로 환경·채식·동물권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즐기는 독자들. 사진 이의종

정 작가는 '삶에 전환을 가져온 사람'에 대해 황인숙 시인을 꼽았다. 정 작가는 "어느 날 황 선생님을 우연히 뵙고 당시 제가 돌보던 고양이들을 얘기하면서 '쥐도 쫓아주고 이롭다'고 말했는데 황 선생님은 '쥐도 살아야지'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날 이후 그 말씀이 계속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황 시인은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다. 어느 날 새끼 고양이 2마리가 갈 데가 없다고 맡아 달라고 하셔서 키우게 됐는데 이후 동물권 비건(채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덜컥 한 결정인데 삶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삶에 전환을 가져온 책'으로 정 작가는 달리기, 부분 채식 등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준 책인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오늘도 무사'를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전시를 관람하는 독자들. 사진 이의종


정 작가는 "요조 작가의 책은 더 읽고 싶은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다. 어느 새 그의 책을 읽고 6개월 째 그를 따라 달리기를 하고 있다"면서 "채식에 대해서도 '완전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부분 채식으로 시작해 넓혀나가는 것을 보고 '저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책들도 소개됐다. 강 팀장은 '우리가 날씨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소개했다. 강 팀장은 "기후가 문제라는 건 알겠는데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고 채식을 하면 좋지만 '맥모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등 갈팡질팡 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이 '우리가 날씨다'라는 책"이라면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국립기상과학원의 초대 원장이 저자로 대기과학자이자 공직자인 저자가 경각심을 주는 다양한 자료들을 많이 소개한다. 기후 문제는 가난하고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부터 피해가 나타난다고 통계로 강력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11일 서울국제도서전 입장을 기다리는 독자들. 사진 이의종


정 작가가 소개한 책은 '지구의 절반'이다. 그는 "앞서 소개된 책들이 문제를 보게 해 주는 책들이라면 이 책은 전염병과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 있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즐거운 예시들이 있다"면서 "지구의 절반을 다른 생물들에게 내어줬을 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은 = 이어 정 작가는 '공감은 지능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추천했다. 그는 "'공감은 지능이다'는 '공감은 학습을 통해 발전시키는 기술'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심리학자와 뇌과학들이 모여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이타적이 되는지를 연구했다. '어떻게 교류하느냐' '무엇에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내재된 변화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책"이라면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와 같은 내용을 진화론적으로 접근한 책"이라고 말했다.

강연 이후 독자들은 정 작가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다. 한 독자는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을 질문했다. 정 작가는 "집 앞에 빵집에 갈 때 비닐을 쓰고 싶지 않아 김치통 모양의 스테인리스통을 들고 간다. 또 포장재가 최소한으로 된 상품들을 사고 싶어 그런 상품들이 있는 가게를 방문한다. 책의 사양도 계속 바꾸고 있다. 코팅을 적게 하고 사탕수수 종이를 써봤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도서전 역사 한눈에 = 이날 에스팩토리 A동에서는 3가지 전시들이 독자들을 만났다. 주제전시 '긋닛: 뉴 월드 커밍', 기획전시 'BBDWK(Best Design from all over the World and Korea) 세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웹툰웹소설 특별전시 '파동'이 그것이었다.

'긋닛: 뉴 월드 커밍'은 우리나라 도서전의 역사를, 'BBDWK 세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은 독일 북아트재단이 주최해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였다. 독자들은 우리나라 도서전과 관련된 사료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아름다운 책들을 직접 만져보며 그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웹툰웹소설 특별전시 '파동'을 관람한 관객들은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웹툰을 창작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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