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이음 대표)는 2017년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을 맡아 이끌고 있다. 해외 도서전의 주빈국관도 그가 총괄한다.

그가 도서전을 맡아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확충하면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한번쯤 방문하고 싶어 하는 전시가 됐다. 11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 인근 카페에서 주 대표를 만나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도서전의 풍경과 해외 도서전의 상황, 다음해 도서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이음 대표. 사진 이의종


■코로나19 이후 두번째 서울국제도서전이다.

지난해 코로나19는 인류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질병이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거리두기는 어느 정도로 얼마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서울국제도서전도 오프라인에서는 출판사 참여 없이 거의 온라인으로만 열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인류가 맹렬하게 연구를 했다. 어떻게 조심하면 되는지 알 수 있게 됐고 백신 접종도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는 작은 규모라도 독자들이 책을 직접 만날 수 있겠다는 기쁜 마음으로 도서전을 준비했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코로나19 상황 이전처럼 코엑스 같이 규모가 있는 곳에서 도서전을 하면 예상 독자는 20만명은 된다. 그러나 그렇게 모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출입을 잘 통제하고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적정한 규모로 진행을 했다.

제한적으로 출판사 부스 100개를 마련했다. 수용 인원은 2만명 정도다. 이 외 독자들을 위해서는 온라인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온라인 사이트를 열자마자 접속자 수가 어마어마했다.

■도서전은 출판사에,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도서전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독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편집자들은 서점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서 도서전에 와야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책을 찾는지, 책을 펼쳐봤을 때 어떤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 경험을 하면서 편집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산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각하게 된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서점에서 소개하지 않는 책들을 만날 기회가 된다. 대형서점은 대체로 잘 팔리는 책 위주로 진열한다. 그렇지만 출판사들은 다양한 이유로 책을 만들며 상업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들을 독자들에게 권할 수 있다. 책의 발견성이 보다 높아질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리미티드 에디션' '다시, 이 책' '가을, 첫 책'을 만날 수 있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도서전 주제에 맞는 글을 모아 묶은 책이다. 도서전에서 5만원 이상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책을 예쁘게 만들어 독자들이 도서전에서 책을 사는 데 동기부여를 하고자 했다.

또 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이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 '가을, 첫 책'이 그것이다. 통상 서울국제도서전은 6월에 했기 때문에 원래 '여름, 첫 책'이었다. 사실, 출판사들이 도서전에 맞춰 책을 출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협조를 받아 진행을 했고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여름, 첫 책'으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다시, 이 책'은 도서전에서 처음 만날 수 있는 리커버 도서다.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책들이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서점들과 함께하는 '책도시산책'도 인상적인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독자들을 만날 방법이 없나 궁리하다가 서점을 떠올렸다. 독자들이 서점을 통해 서울도서전을 만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서점들을 방문해 지도를 완성하면 작은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호응이 좋아 올해는 이를 확대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지역적으로 서울에 갇혀 있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서점들과 협업을 할 수 있다. 서울 대전 부산 제주 등 4개 지역의 서점들과 함께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을 연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장점을 다른 지역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10월 8일 서울국제도서전 부산특별전을 연다. 주제는 '넘치다'라고 정했다. 이야기와 아름다움이 책으로부터 흘러넘쳐 미디어를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비프힐 1층에 120평 규모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산팀을 별도로 꾸렸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일부를 전시하고 '스토리마켓 인 부산'에서 영화가 될 수 있을 만한 소설 시 에세이 등을 전시할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도서전에서는 해외 수출도 많이 이뤄진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어떤가.

예전에는 해외 도서전을 가야만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이 발달을 하면서 꼭 도서전을 가지 않아도 책 관련 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실물을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일정 정도 위축돼 있긴 하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도 온라인 저작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해외 도서전들의 상황은 어떤가.

해외 도서전 감독들과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8월에 북경도서전을 오프라인으로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대규모로 오프라인 도서전을 진행한 곳은 아직 없다. 서울국제도서전 정도로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23일에 예테보리도서전이 열리는데 스웨덴은 사회전체가 방역 없이 생활하기로 했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해에 주빈국으로 참여하는 도서전이 있나.

콜롬비아 보고타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다. 주빈국관은 출판은 물론, 우리나라 문화적 자원의 총체를 보여주는 행사로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2019년 예테보리도서전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선보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고타도서전은 다음해 4월에 열리는데 전시장 1000평을 활용할 수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40개조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29번째에 양국 도서전의 주빈국 교환이 포함됐다.

그만큼 책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다음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코로나19 상황 이전에 서울도서전을 열던 코엑스에서 6월 1일부터 5일까지 열 예정이다. '위드 코로나'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계획이다. 아직 주제는 정해지지 않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