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저가 식재료 공세 우려 … "예산 늘려야 급식 질 높아진다"
농축산 단체는 국방부 계획대로 공급체계가 바뀔 경우 안정적인 생산체계가 흔들리고 군이 수입 축산물의 주요 소비처가 될 것이라며 농림축산식품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수입업자를 위한 국방부 군급식개편 추진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군의 부실급식 논란에 대한 국방부의 엉뚱한 진단과 개선에 대해 농민을 위한 주무부처 수장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장병 선호와 건강을 우선 반영하는 선 식단편성·후 식재료 경쟁조달 체계로 개선한다고 밝혔다. 장병들의 선호와 영양 균형을 고려해 식단을 정하고 그에 맞는 식재료를 경쟁조달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방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구축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2022년부터 군 전용으로 변형한 장병급식전달조달시스템을 개발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군 급식에 납품하고 있는 농·축·수협 뿐 아니라 다수 공급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쟁체계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국방부 개편안의 골자다. 이미 특정 부대에서는 급식 조달 체계를 변경해 문제가 발생한 곳도 있다. 육군 모 보병사단이 aT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에 급식재료 조달을 공고한 내용에는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과 심지어 냉동 감자·열무·무청시래기 등 필요한 재료의 원산지를 미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으로 표시해 농가의 반발을 샀다.
국방부는 부실한 급식으로 인해 장병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자 군 급식 조달 방식을 바꿨다. 국방부는 1000여개 농축수협 중 군납에 참여하는 곳은 90여개뿐이고, 이들이 1년 단위 수의계약으로 식재료 품질과 다양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군 당국은 급식 품목의 기준량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이미 결정된 식재료를 토대로 식단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올해 군 급식 조달규모는 1조6214억원이다. 축산물이 25.3%로 가장 많다. 올해 축산물 공급물량은 돼지고기 9733톤, 닭고기 3978톤, 계란 9300만개, 우유 1억3900만개(200㎖)다. 군납에 참여하는 농가는 474곳, 참여 축협은 40곳이다.
하지만 농축산 단체는 급식 조달비용을 늘리지 않은 채 식재료 공급방식만 바꿔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식단에 유리한 대기업 가공식품이나 수입 농축산물만 대거 사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농축산 농가 생존권은 물론 농축수산물 자급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는 "국방부가 검토 중인 군 부식 식자재 조달 경쟁체계 도입안은 농축산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경쟁체제로 한다면 대기업 제품, 수입 축산물 위주로 공급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농축산물 정책 사령탑인 농식품부가 이에 대한 갈등 중재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군 급식 조달 개방은 수입업체와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대기업 만을 위한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군급식 제도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에 맞서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농민축산단체는 7월 농식품부와 회의에서 국방부 군급식 개선과 관련해 국산 농축산물 사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군 급식 체계가 확정되면서 농식품부가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농민축산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어,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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