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전 서울특별시 부교육감

현재 교육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초·중·고교에서 가르칠 방향과 내용을 큰 틀에서 정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교과서부터 수업방식까지 모두 바뀌게 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연도별로 중·고등학교에도 적용된다.

미래사회 안전교육 더 절실히 요구돼

하지만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 추진계획안을 보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바로 '안전'에 대한 것이다.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과정은 2015년 개정됐는데,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교육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 안에서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학교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잊혀지는 건 아닌지 안타깝고 걱정된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안전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당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이후 대피지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만히 있으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엔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라고 한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질서에 대한 일방적인 순응만을 강요한 행위이다. 이는 학생 스스로 재난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안전교육의 수준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지닌다.

이러한 시점에 새로 개정되는 미래형 교육과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학교 안전교육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이론과 기능 중심의 안전교육을 뛰어넘어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위험 인지 감수성과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도입이 시급히 요구된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경주·포항 지진, 미세먼지, 코로나 사태 등 전례 없이 다양한 재난·사고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와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위험 요인들이 생길 것이며 다른 유형의 안전사고를 겪을 가능성도 크다. 우리 아이들 각자의 행복한 내일을 위해 어릴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소비자 중심의 안전정책 수립 필요

특히 안전교육은 생활과 밀접하게 설계해서 치밀하고 친근하게 이뤄져야 한다. 모든 안전 관련 사항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수립되고 선택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박의 경우 모든 승객들이 볼 수 있는 장소나 안내 영상을 통해 배의 건조 연도, 특이사항 등을 알려 소비자가 그 배를 탈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철저한 소비자 중심의 안전정책 수립과 함께 학교 교육과정에 강화된 안전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국민 행복의 첫걸음이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하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저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서 "교육의 최대 목표는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밝혔다. 실제 생활에서 이뤄지는 활동의 비중에 따라 지식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인간의 생명 유지와 관련된 안전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