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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컨테이너 운송 '퍼펙트 스톰' 직면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록 : 2021-09-24 12:05:12

수에즈운하를 막은 거대한 수송선, 기록적으로 급증하는 해상운임, 항구 밖에서 대기중인 수많은 선박들, 코로나19로 인한 공장폐쇄...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사건이지만 다른 문제들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퍼펙트 스톰'이 글로벌 해상물류에 닥쳤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의 양산 컨테이너 항구. AP=연합뉴스


컨테이너 운송이 올해만큼 극적인 때는 없었다. 40피트(FEU) 표준 대형 컨테이너의 평균 운임은 1만달러를 넘었다. 1년 전 대비 약 4배 올랐다.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으로 보내는 컨테이너 박스 현물가격은 1만5000달러에 육박했다. 2019년엔 2500달러에 불과했다. 가장 붐비는 노선인 중국발 미국 서부 도착 화물의 경우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면 2만달러를 줘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비상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고가 자전거 제조사인 '펠로톤'은 항공운송으로 전환했다. 미국 대형 소매기업인 홈디포와 월마트는 배를 직접 빌린다. 지난 7월엔 컨테이너선 부족으로 벌크선에 컨테이너를 적재하고 출항했다가 회전시 배가 심하게 요동쳐 곧바로 항구로 돌아온 사례도 있었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항구의 적체가 심각한 탓에 중국에서 유럽까지는 트럭으로 옮기고 이후 대서양에 배를 띄워 화물을 운송하기도 한다.

컨테이너 운송은 전세계 교역물량의 1/4을 차지하지만 가치로 따지면 3/4을 책임진다. 기업들의 선택은 돈을 더 내느냐 아니면 지연상황을 감내하느냐 그도 아니면 아예 수입을 중단하느냐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8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용량의 화물이 항구에 방치됐거나 인근 바다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다. 1년 전보다 10% 늘었다. 8월말 기준 40개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롱비치 인근 바다에 임시 정박중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의 엘리너 해들랜드는 "적체 현상이 공급망 전체에 퍼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년 동안 컨테이너 운송은 글로벌 공급망의 기반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데이비드 커스텐스는 "그동안 해상운송 비용이 아주 저렴해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닥쳐 해상운송에 각종 차질이 빚어졌다. '컨테이너 운송은 저렴하고 믿음직하다'는 전제가 깨졌다. 이런 상황은 최소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닥치자 글로벌 해운업계는 교역량의 급감을 예상하면서 선박 11%를 놀렸다. 하지만 글로벌 교역은 잠시 출렁이다 곧 회복되면서 운임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현금을 지급하면서 소비가 빠르게 늘었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에 따르면 올해 1~7월 아시아와 북미 간 화물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 대비 27% 늘었다. 올해 2분기 미국 항구의 물류 처리량은 2019년 대비 14% 늘었다. 반면 북유럽 항구 처리량은 1%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해상노선의 운임이 급등했다. 글로벌 선박들이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태평양 횡단 노선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다른 노선은 선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해상운송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한 탓에 한 곳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 문제가 불거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디지털 화물장터 '프레이토스'의 이튼 부크만은 "지난 5월 중국 광둥성 옌톈항의 폐쇄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선박들의 항로를 바꾸고 일정을 재조정했다. 그리고 나서 8월 저장성 닝보항이 코로나19 감염사태로 폐쇄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의 CEO 쇠렌 스코우는 "뜰 수 있는 모든 선박을 배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어 있는 컨테이너들은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일쑤다. 프레이토스는 "항구 적체로 선박들의 발이 묶였다. 해상 화물의 평균 배송 시간은 1년 전 41일에서 현재 70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2월 중국 춘절이 끝나면 해상물류가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빔코의 피터 샌드는 "물류 차질이 해소되려면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자문회사 '베스푸치 매리타임'의 CEO 라스 옌센은 "2015년 미국 서부해안 항구의 물류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이 지역에 한정된 물류 차질이었지만, 지연된 작업을 해소하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수요측면이 관건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열풍이 지속될지 여부가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7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달 대비 하락했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는 여전히 18%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약화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기업들은 고갈된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연말 축제 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유럽 기업들의 수요가 오르고 있다는 수치들이 나오고 있다. 빔코의 피터 샌드는 "기업들이 공급부족에 대비하면서 '적시생산방식'(JIT, just in time)이 '경우에 따라'(just in case)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린 해운업계는 선박 신규 주문을 크게 늘렸다. 빔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신규 주문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다. 하지만 선박 건주 후 인도까지는 2~3년이 걸린다. 2023년이나 돼야 새로운 선박이 투입될 수 있다. 게다가 앞다퉈 선박을 주문하지만, 배를 만들 조선소는 크게 줄었다. 2008년 약 300곳에 달했던 조선소는 현재 120개로 급감했다. 2008년은 선박 신규 주문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다. 또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의 2.7%를 차지하는 해운업계에 대한 청정화 요구가 거세다. 2023년부터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다. 머스크의 스코우 CEO는 "순환주기에 따라 해운업계의 정체도 언젠가 풀리겠지만, 운임 수준은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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